이어서 ET콕입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백년손님을 맞는 처갓집 상다리는 부러집니다.
상 한복판엔 닭백숙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국물 형태로 즐기던 닭고기의 맛은 압권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식사 혹은 간식으로, 때로는 안주로, 기분을 돋우는 닭요리 그 이름은 치킨입니다.
맥주와의 환상 궁합 특히나 코로나로 배달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치킨은 날개를 달았습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5백 개가 넘습니다.
이들 브랜드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가맹점 수가 8만 7천 개.
가히 '치킨 공화국'으로 불릴 만합니다.
치킨과 얽힌 말도 넘쳐납니다.
'치맥' (치킨+맥주) ‘1인1닭’, ‘치느님’(치킨+하느님)은 일반 명사가 된 지 오랩니다.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치킨 명언까지 등장할 정돕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습니다.
배달료입니다.
많이 올랐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배달음식에 따른 배달비는 음식값에 포함돼 있거나 무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배달 중개 플랫폼이 등장하고 코로나 여파로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비가 기본 2000~3000원에서 많게는 만 원 안팎까지 올랐습니다.
급기야 새로운 풍속이 등장했습니다.
"치킨 드실 분?"
같이 치킨을 주문할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몇 명의 사람을 모아 각자 원하는 메뉴를 종합해 한꺼번에 주문합니다.
배달비는 한 번만 내면 됩니다.
계산은 어떻게 할까.
자신이 주문한 치킨값과 배달비를 ‘N 분의 1로’로 나눈 값을 주문한 이웃에게 전달한 뒤 배달원이 아파트 특정 동 앞에 도착하면 각자 받아가는 식입니다.
일종의 치킨 '공구' (공동구매)인 셈입니다.
각종 커뮤니티마다 ‘요즘 배달비 절약하는 방법’을 담은 글이 다수 공유되고 있습니다.
일명 '공구'를 하는 모습에 배달원이 놀란 채 서 있었다는 게시글도 보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치킨열차' '족발열차' '피자열차' 타실 분, 이런 표현으로 재미도 더합니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배달 맛집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배달시키자는 글들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안그래도 고물가 시대 부쩍 비싸진 배달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배달원 기다리게 하는 집이 하나라도 있으면 애먹을 것 같다”거나 “이 방법이 퍼지면 음식 무게 수 등으로 배달비를 측정하는 꼼수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치킨값 2만 원, 배달비 만 원 시대가 낳은 신풍속도, 한국인들의 치킨 사랑을 보여주는 또다른 단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ET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