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주 청정 바다에서 나는 모자반은, 제주 토속 음식, '몸국'의 주재료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이 모자반을 비롯해 감태 등 해조류가 제주 바다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현장 K, 민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중순, 서귀포 남쪽 바다.
연산호 군락이 있는 천연보호구역이자 모자반 군락으로 유명한 곳에 KBS 취재진이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수심 16미터 바닥.
울창해야 할 해조류 군락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길이 50cm 남짓한 모자반은 줄기 몇 가닥만 남고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해조류가 녹는 현상도 관찰되는데, 지난달 촬영한 영상임을 감안하면, 보통 때보다 한 달 이상 빠른 겁니다.
4년 전(2018년),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건물 1층 높이에 이르는 큰 키에 숲을 이룬 모자반 군락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뚜렷합니다.
[이계준/전문 다이버 : "(2018~2019년에는) 모자반이 엄청 많아서, 지나가면 핀에 걸리고 몸에 휘감고 그랬었는데 점점 그렇게 되어서, 지금은 들어가면 두 가닥이나 세 가닥. 그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인근 또 다른 지점 바닷속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맘때면 모자반에 포자를 퍼뜨릴 생식기관이 주렁주렁 달려있어야 하지만 거의 없습니다.
생육 불량 상태인 겁니다.
감태에는 허연 히드라와 이끼벌레로 인한 흰 반점이 곳곳에 피어있습니다.
해조류 실종은 제주 부속 도서 일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주 마을어장에서도 이처럼 해조류가 사라지는 현상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돼, 마을어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모자반 등 해조류가 빽빽했던 사계리 앞바다.
해녀들은 3년 전부터 지역 명물 '참모자반'이 씨가 말랐고, 톳 수확량도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합니다.
[김애자/사계리 해녀 : "3년 전에는 형제섬에 모자반이 엄청 좋았어. 그랬다가 없어지기 시작하니 싹 없어져 버렸어. (갑자기 확 없어진 거예요?) 응, 조금도 안 나. 작년도 조금도 안 나고. 올해도 조금도 안 나고."]
오랜 기간 제주 바다를 연구한 전문가들도 최근 몇 년간 해조류 밀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가운데, 해조류 감소 현상에 대한 실태와 원인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민소영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그래픽:조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