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새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한 주부가 24년 만에 첫 남편과 자녀들을 만났습니다.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얘기입니다.
홍성철 기자입니다.
⊙기자: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남편.
곁에는 남자의 생명을 구하고 7년을 보살펴준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억이 돌아온 남편에게는 7년을 기다려온 또 다른 첫번째 아내도 있었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은 드라마 속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81년 1남 2녀를 둔 제주도의 평범한 주부 김 모씨는 부산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습니다.
당시 34살의 김 씨는 자신을 구하고 보살펴준 5살 연하의 이 모씨와 결혼해 강원도 영월에서 새 삶을 시작합니다.
아들도 낳았습니다.
세월은 흘러 김 씨는 아들의 군입대를 위해 호적정리가 필요해졌고 경찰과 함께 신원파악에 나섭니다.
석 달 가까이 전국을 샅샅이 헤맸고 마침내 제주도 서귀포의 원래 집을 찾아냅니다.
집에는 24년간 재혼도 하지 않은 남편과 세 자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딸은 50대 후반의 어머니 김 씨를 보고 통곡했지만 김 씨는 묵묵부답, 끝내 기억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인근 주민: 이쪽으로 갈 수도 없고 두 갈래 길인데 몸이 하나인데, 어떻게 해요.
어디로 가야 옳아요.
그게 불행하죠.
⊙기자: 김 씨는 잃어버린 기억 속의 가족은 찾았지만 20년 넘게 살아온 지금의 가족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안타까운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KBS뉴스 홍성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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