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무차별 범죄 때문에 낯선 사람 만나기 꺼려진다는 분들,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생을 마감하려 하자 주변에서 보듬어 비극을 막은 일도 있었습니다.
마음을 열고, 손을 내민 20대 청년들의 이야기, 이도윤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거리를 서성이던 40대 남성이 뭔가 결심한 듯 매장에 들어섭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
매장에서 일하던 28살 이윤채 씨는 순간, 긴장했다고 했습니다.
[이윤채/가게 직원 :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좀 뉴스도 많이 나오고 좀 흉흉한 느낌..."]
하지만 남성이 꺼낸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이윤채/가게 직원 : "자기가 너무 죽고 싶은데 좀 어떻게 해줄 수 없겠냐고..."]
이내 서럽게 울기 시작한 남성.
이 씨는 함께 계단에 걸터앉아 남성의 말에 차분하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면서 구조를 요청했고, 경찰이 올 때까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경찰이 도착하자, 남성은 이 씨를 꼭 껴안았습니다.
[이윤채/가게 직원 : "그동안 위로 받을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닌가, 정말로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구나."]
지구대에 도착한 남성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습니다.
오래 굶었단 얘기에 29살 김수진 순경은 컵라면부터 사왔고, 남성은 입을 열었습니다.
[김수진/월드컵지구대 순경 : "3일 동안 밥을 한 끼도 안 드셨다고 하셔서... 울고 계신 모습이 그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군대에서 다쳐 장애를 얻은 사연, 힘들었던 결혼 생활, 넉넉지 않은 형편...
목숨을 끊으려 했다던 남성은 두 시간 남짓 대화 끝에 입원 치료에 동의했습니다.
[김수진/월드컵지구대 순경 : "(낯선 이에게) 다가가기 힘든 것도 알지만 그렇게 울고 있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조그마하게라도 도움을 주셨으면..."]
삶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던 남성에게 필요했던 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였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김경민/영상편집:김종선/화면제공:서울 마포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