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 매체는 광고로 관리·비판 기사엔 ‘묻지 마’ 소송…성금 ‘펑펑’

입력 2023.09.28 (07:36)

수정 2023.09.28 (07:54)

[앵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여러 비리 의혹에 대한 연속 보도.

채용과 납품, 용역 발주를 둘러싼 비리 정황 외에 이 협회가 예산을 함부로 쓴 사례를 하나 더 고발합니다.

친분이 있는 언론 매체는 광고를 줘가며 관리하고 비판 기사를 쓴 언론사에는 막무가내로 소송해 예산을 낭비하기도 했습니다.

탐사보도부 김덕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2020년 6월과 7월, 일부 언론에 재해구호협회 김정희 사무총장에 대한 비판 기사가 실렸습니다.

부당한 업무 지시와 폭언에 관한 내부 고발 내용입니다.

얼마 뒤, 한 인터넷 매체는 도리어 그 고발인을 비판하며 김 사무총장을 두둔하는 보도를 내놓습니다.

작성자는 존재하지도 않는 이름의 기자였습니다.

[김○○/○○○○ 뉴스 편집인 : "이 기사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질게요. (이 기사를 편집인님께서 쓰신 거라고 지금 인정하시는 거예요?) 네, 150% 이거 내가 썼어요."]

편집인이 썼다는 이 기사는, 취재 결과 김정희 사무총장 측 요청으로 작성된 맞춤형 기사였습니다.

언론인인 김 사무총장의 남편이 협회 직원들을 따로 취재한 내용을 해당 매체에 전달했습니다.

편집인 김 씨는 김 사무총장의 언론계 후배이자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협회 현 간부의 친누나입니다.

김 사무총장 취임 이후 재해구호협회는 이 매체에 광고비 3천여만 원을 집행했습니다.

이 외에도 몇몇 언론 매체에 광고를 줘가며 협회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는 여론 조성을 꾀했습니다.

[김정희/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1월 18일 "막 온라인 매체에다가 이런저런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주고 있어. 광고를. ○○○○ 뉴스, XXXX 뉴스는 우리가 죽었을 때 살려준 매체들한테 돈이 가는 거야."]

김 사무총장 전에는 없던 일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정말 아껴 썼던 돈입니다. 그동안 언론사에 결산 공고 말고는 저런 광고비가 나갈 일이 없었어요."]

비판 보도 언론에는 정반대로 대응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하고 실익 없음이 뻔한 상황에서도 강행했습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1심 패소 후 전망이 어둡다는 얘기가 나왔고, 법무법인 의견도 그랬지만 소송을 강행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소송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8월 18일 : "(협회장 뜻은) 돈을 얼마나 써서라도 법무 소송 끝까지 갖고 가서 (기자들이) 다리 뻗고 못 자게 해준다. 아주 불편하게 해준다."]

3년간 제기한 5건 소송, 2심까지 모두 패소했습니다.

소송비 1억 3백만 원은 모두 국민 성금이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광고 집행은 협회 홍보를 위한 것이었고 소송 강행은 협회의 이미지나 투명성을 위해 회장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 최진영/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김정현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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