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멀어지는 인도적 휴전…각국의 셈법은?

입력 2023.10.25 (10:49)

수정 2023.10.25 (10:54)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휴전을 둘러싼 각국의 주장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을 살리기 위한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는 측과, 하마스의 시간을 벌어줘선 안된다는 측이 맞서는 건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구호품이 가자지구 안 반입이 허용되면서 휴전해야 한다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기자]

아무래도 가자주민들의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국제기구가 강하게 휴전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는데요.

세계보건기구 WHO와 유엔아동기금 UNICEF 등 5개 국제기구가 현지 시간 21일, 공동으로 성명을 냈습니다.

구호물품이 처음으로 가자지구 안으로 들어간 날입니다.

이 5개 기구는 "가자지구 전역에 제한 없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더불어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다행히 이 날부터 사흘 연속 구호물품이 반입되긴 했지만 다 합쳐도 화물차 57대 분량이거든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다 돌아가려면 유엔은 하루에 화물차 100대 분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가자 주민들의 현실만 놓고 보면 휴전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UN 사무총장 : "인도주의적인 휴전이 모든 사람들에게 상황을 훨씬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에 열렸던 카이로 평화회의만 봐도 나라들마다 전쟁과 휴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는데요.

이 회의는 결국 공동선언을 채택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회의에는 중동 나라들과 유럽, 중국, 러시아까지 참여했는데요.

가자지구와 인접한 중동 나라들은 팔레스타인 권리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바레인 등은 앞서 다른 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가 있거든요.

러시아와 중국도 이런 중동에 밀착하며 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연일 내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연합 EU 내부에서는 온도차가 있습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은 인도주의적 휴전을 지지하는 데 비해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이스라엘 쪽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U는 전쟁이 일어난 뒤 지속적으로 모이고는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는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EU 외교수장인 보렐 고위대표가 '인도주의적 일시중지'가 필요하다는 개인 의견을 냈는데 내일과 모레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휴전보다는 수준을 다소 낮춘 '일시정지'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앵커]

하지만 미국은 인도주의적 휴전에 대해서 반대의 뜻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네요.

최근 나왔던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도 거부표를 던졌죠?

[기자]

거부표 던지면서, 미국이 든 이유가 결의안에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빠졌다는 거였습니다.

그만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수정 결의안에는 아까 설명드렸던 '인도주의적 일시중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안도 부결됐는데 미국은 이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매튜 밀러/미국 국무부 대변인 : "어떤 휴전이든 하마스에 휴식하고 재정비하고 이스라엘에 테러 공격을 계속할 수 있도록 준비할 능력을 제공하는 겁니다."]

휴전이 가자 주민들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하마스에게 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앞서 미국은 휴전으로 지금의 상태를 동결하면 미래에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런 미국의 태도, 인질 석방 협상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조금 더 직접적인 발언이 나왔는데요.

'임시 휴전이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마스에 잡혀간 미국인 인질이 10명 정도거든요.

인질들이 풀려나는 게 먼저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언론은 바이든의 앞선 이스라엘 방문이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고 보도했거든요.

그만큼 인질 석방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요,

휴전은 후순위로 밀려 있습니다.

[앵커]

국제사회가 한 뜻으로 휴전을 외쳐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이스라엘이 강경합니다.

전쟁은 인도적 지원과 인질 석방 협상과는 관계가 없다는 건데요.

지상전을 늦추라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의 공세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이번엔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하마스를 궤멸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세계가 눈 앞에 닥친 지상전 위기를 넘기고 휴전이나 다른 돌파구를 과연 마련할 수 있을지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