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30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바로 위층에 살던 30대 아버지는 화마를 피하려고 7개월 된 딸을 안고 발코니 밖으로 뛰어내렸다 숨졌습니다.
오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 3층에서 시작한 불이 발코니를 타고 바로 윗집 거실과 방으로 옮겨붙습니다.
4층엔 30대 부부와 이들의 2살 여아, 그리고 올해 태어나 7달 된 여아까지 모두 4명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주변을 감싸자 30대 가장은 높이 10m 아래로 몸을 던졌습니다.
갓난아기를 이불로 감싸 안은 채였습니다.
아이 엄마는 2살 된 딸을 재활용 포대 쪽으로 던진 후 곧바로 뛰어내렸습니다.
화단이 없는 아스팔트 바닥이었지만 경비원들의 도움을 받아 재활용품 수거를 위해 놓아둔 포대자루 쪽으로 몸을 피한겁니다.
소방관들이 출동하기 전 순식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서울 도봉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부부는) 추락해 계셨죠. 아이들은 경비원 분들이 안고 계셨습니다. (아이들은 경비원 분들이요?) 네. 네."]
엄마는 어깨에 골절상을 입어 치료 중이고, 아이들도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장정애/서울 도봉소방서 재난관리과장 : "4층 분들이 아마 대피하려고 밖으로 이렇게 뛰어내리셨는데 그게 이제 추락하면서 두개 골절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들 부부는 최근 새 보금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최우창/아파트 주민 : "저희 아파트에 이사 온 지 두 달밖에 안 됐다고 하는데 너무 안타깝네요. 아이들이 질식할 수 있으니까 그 상황에서 뛰어내리는 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안타까운 일이네요."]
아기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 30대 아빠는 아이들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영상편집:차정남/화면제공:서울소방본부·시청자 최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