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폐차 상태인데 멀쩡?…차량 대출금 4억여 원 가로채

입력 2024.02.07 (21:28)

수정 2024.02.07 (22:11)

[앵커]

각종 서류를 위조해 수억 원의 중고차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폐차 수준의 차량을 멀쩡한 것처럼 속여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로챘는데, 피해자들은 차량도 못 받고 대출금만 갚아야 했습니다.

김청윤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앞부분이 심각하게 손상돼 엔진이 드러난 차량.

바퀴가 휘어져 운행이 불가능한 차량.

이런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 폐차장이 아닙니다.

중고차 사기 대출에 이용된 차량들을 모아놓은 겁니다.

왼쪽에 보이는 티볼리가 2400만 원, 오른쪽 벤츠는 3300만 원의 대출이 나왔습니다.

사실상 완파 상태의 폐차인데도 어떻게 이런 대출이 나왔을까?

위조 서류를 꾸며 멀쩡한 차량으로 둔갑시켰기 때문이었습니다.

김 모 씨 등은 성능점검표를 위조해 멀쩡한 차량으로 속이고, 구매 의사를 보인 고객들에게 개인정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매매계약서 등을 위조해 금융사에 냈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차량 12대를 이용해 대출금 4억여 원을 가로챘습니다.

차량을 주지 않아 의아해하는 고객들에겐 수리 중이라는 핑계를 댔습니다.

피해자들은 차량도 못 받고 대출금만 갚아야 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다음 달부터 바로 대출금이 나갔죠. 98만 원, 100만 원 정도가 지금 한 3년 계속 냈고…."]

피해자 명의로 등록한 차량이 대포차로 쓰이면서, 피해자들은 벌금과 과태료까지 물어야 했습니다.

[B 씨/피해자/음성변조 : "전국 곳곳에서 딱지가 수십 장이 날아온 거예요. 저한테 통장 압류 한다고 세 군데서 지금 전화가 왔습니다."]

경찰은 범행을 저지른 김 모 씨 등을 사기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입니다.

KBS 뉴스 김청윤입니다.

촬영기자:최하운/영상편집:이소현

[앵커]

보신 것처럼 대출을 받기 위해 각종 서류들이 위조됐지만, 금융사들은 대출 심사과정에서 이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고, 그대로 통과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지, 이어서 윤아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고차 매매를 가장한 사기 대출에 쓰인 스포티지 차량입니다.

이 차량의 인수증, 인수자 란에 자필 서명이 돼 있지만 당사자는 보지도 못한 가짜입니다.

이 인수증은 금융사에 제출됐고 그 결과 1,800만 원이 대출됐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관련 가이드라인에 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금은 당연히 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주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중고차 인수증을 금융사에 내는 경우엔, 중고차 딜러가 직접 받을 수 있는데 사기범들은 이 부분을 파고 들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제휴점에서 서류를 어떤 걸 넣으면 제휴점이 저 대신에 그걸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전혀 몰랐죠."]

[B 씨/피해자/음성변조 : "대출은 이미 다 나가고. 차는 안 오고 그렇다고 대출금이 저한테 온 것도 아니고."]

대출 사기 일당은 차량 인수증뿐만 아니라 자동차매매계약서와 차량등록증도 위조했습니다.

위조된 서류들입니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이런 서류가 위조된 것을 알고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관련 가이드라인을 보면, 매매 계약서는 대출 신청을 할 때 제출돼야 합니다.

[금융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매매계약서를 제가 대출 신청하기 전에 가지고 와야 하는지?) 그렇죠. 왜냐하면 그게 정해져야지 저희가 심사하고 해드릴 수 있고..."]

하지만 피해자들은 일부 금융회사가 실무상 서류를 뒤늦게 받거나 대리 서명해 버리는 일도 많아 사실상 한통속이나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김기환/변호사 : "금융 당국은 금융 회사의 어떤 위법 행위가 있는지를 좀 더 실효성 있게 규제하고 감독하는..."]

전문가들은 중고차를 살 때 직접 대출금을 수령하고 차량 실물을 확인하라고 조언했습니다.

KBS 뉴스 윤아림입니다.

촬영기자:양용철 김현민/영상편집:장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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