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남북은 두 국가”…북한의 속내는?

입력 2024.02.17 (08:40)

수정 2024.02.17 (09:16)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부가 쿠바와 수교를 했다고 지난 14일 그것도 한밤에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렸던 공산주의 국가 쿠바와의 수교인 만큼, 북한의 반발과 방해를 피해서 협상은 극비리에,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는데요.

20년 넘게 공을 들여 외교 숙원을 이뤄낸 정부는, 활발한 문화 교류가 우호 의식을 확산시키며 수교에 기여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최고형 ‘사형’까지 내세우며 한류 등 외부 문화 유입 차단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 쿠바와의 수교를 보니까 이해가 더 쉽게 갑니다.

이로써 유엔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수교를 하지 않은 나라는 이제 시리아, 딱 한 나라만 남았습니다.

자 그럼 2월 셋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더 이상 통일을 논하지 않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나라 관계로 보겠다.”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이렇게 선언한 북한이 민족 지우기와 두 국가론 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남한 적대국 규정과 점령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정하고, 남측과의 경제 교류 중단도 선언했는데요.

북한이 체제를 지키기 위한 위기감 때문에 두 국가론으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지만, 한편으론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자신감에서 이렇게 나온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과 따로 살기를 결심하고 2국 체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지 <이슈 앤 한반도>에서 집중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벤츠 차량에서 내린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군 부대를 사열합니다.

딸 주애도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으며 군 간부들의 깍듯한 거수경례를 받았습니다.

조선인민군 창건 7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대남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한국 괴뢰 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한 것은..."]

지난달엔 헌법에까지 남한을 주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하더니, 이번엔 남한 점령을 국시, 즉, 국가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들을 독립국가로 표현하는가 하면 휴전선도 ‘국경선’이라 칭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지금 우리의 국경선 앞에는 전쟁열에 들떠 광증을 부리는 돌연변이들이 정권을 쥐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해 들고 있습니다."]

남북이 더 이상 같은 민족이 아닌 두 국가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겁니다.

북한은 앞서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간 경제 협력을 다룬 법안과 합의서들을 일방적으로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남한의 영토 점령을 그들의 최종 목표라고까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이것은 기존의 자주, 평화통일의 개념을 없애 버리고 그리고 그 안에 무력 점령을 집어넣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위협은 가하면서도 1민족 1국가 연방제통일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입각한 통일 대원칙은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이 이른바 6.23 선언을 발표하며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의사를 밝히자.

[박정희/전 대통령/1973년 6월 : "우리는 긴장 완화와 국제 협조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이 우리와 같이 국제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2개의 조선 책동’이라며 발끈했던 것도 북한이었습니다.

결국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함께 가입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두 국가로 인식되자, 북한은 그해 12월 남북기본합의서 협상 때 2국 체제를 강력히 거부했습니다.

남북이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라는 타협안이 채택된 것도 북한의 끈질긴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명예교수 : "당시에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홍구 총리께서 나중에 칼럼을 쓴 걸 보면 그 당시 우리는 사실상 2개 국가를 추진했다고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북한은 아직도 통일 논리가 굉장히 강했어요. 2개 국가 이거 안 된다고 해서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인 특수 관계’라는 것을 북한이 우겨서 그렇게 집어 들어간 거거든요."]

그랬던 북한이 통일 노선을 전환한 것은, 체제 유지에 위협을 느끼고 흡수 통일의 가능성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명예교수 : "국력 경쟁에서 지금 압도적으로 한국이 50~60배가 크고 인구도 두 배나 많고 국제적인 지위, 명성, 경제력, 과학 기술력. 분명히 북한이 통일 경쟁에서 자기들이 졌다."]

또 다른 한편에선 북한이 핵무기 보유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무력 통일의 명분을 갖추기 위해 두 국가론을 채택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이 전쟁을 운운하면서도 상대방이 먼저 도발할 경우란 단서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체제 안정과 후계체계 구축을 위한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조선중앙TV/2월 15일 : "김정은 동지께서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시험을 지도하셨습니다."]

두 국가론을 공세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북한은 향후 남북 간 국경선을 더욱 명확히 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4일 남한이 국제법적 근거나 명분이 없는 NLL을 고수하고 있다며,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에 국경선을 그어 군사적 대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지금 남북 간에는 지상에 있어서는 군사분계선이 나눠져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문제가 될 게 없는데 해상에서는 NLL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국가 대 국가 관계라고 한다면 북한이 이 부분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할 수가 있습니다."]

나아가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미국. 일본과 외교관계 수립을 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시다 일본 총리가 낮은 지지율을 타개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평양에서 도쿄를 가기 위해서는 서울을 경유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만약에 2개 국가 관계가 된다면 사실 서울을 경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런 국제 관계의 변화 속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최소한도의 남북 관계의 대화 채널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2국가 체제에 대한 우리 국민들 여론은 어떨까요?

지난해 민주평통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물어봤습니다.

응답자의 52%가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 체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는데요.

28%만 통일국가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분단 체제와 2국 체제, 어떤 득실이 있을지 따져 보겠습니다.

[리포트]

분단 체제의 남과 북은 영토와 주권이 반으로 나뉜 뒤 온전한 국가가 되기 위해 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빈번한 군사 충돌도 적지 않았고.

[KBS 뉴스/2010년 5월 :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에 의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KBS 뉴스/2010년 11월 : "북한은 지난 23일 연평도에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70여 발의 포격을 무차별적으로 가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전쟁 위기 상존, 남북간 군비 경쟁에도 시달려 왔습니다.

만약 남북이 평화로운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한다면, 천문학적인 분단 비용을 경제와 복지 분야 등으로 돌릴 수 있다는 실익이 있습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명예교수 :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심하겠지만 우리만 하더라도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씁니다.) 그러니까 전 세계로 치면 TOP 5% 안에 들 겁니다. 남북한에서 서로가 죽이지 못해서 아니면 서로가 안 죽으려고 그야말로 이런 무기 군비 경쟁을 하는 거죠."]

서로 다른 국가 사이에선 상호 체제에 대한 내정 간섭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남북 간 불필요한 마찰도 훨씬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내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 통합을 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일본의 일왕이 세습하는 부분도 있고 또 일본 자민당의 장기간 독재 체제, 장기 집권 체제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도 문제 제기해야 되는데 별개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가 문제 제기 하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남북한이 국가와 국가 관계가 된다면 우리가 굳이 대북 선전 삐라를 날릴 이유도 없고 대북 방송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됩니다.

먼저 두 국가론을 공식화한다면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더욱 저하되고, 통일을 원치 않는 주변국들의 개입 또한 노골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또,“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의 영토조항도 개정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 시 우리가 개입하기 어려워지고, 국내외에 있는 탈북민들을 보호할 근거도 사라집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대규모 인도주의적인 재앙이 발생한다든지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우리가 북한에 개입할 수 있는 그런 근거가 사라집니다. 지금은 우리 헌법에 있기 때문에, (북한도) 우리의 영토기 때문에 갈 수 있다고 국제사회에 명분을 낼 수 있지만 2국가일 경우에는 그게 안 된다는 거죠."]

우리는 평화공존의 2국 체제를 원하지만, 북한은 한국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무력 점령을 추구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2국가 체제로 간다고 과연 공존과 평화협력이 가능할 것인가 저는 거기에 대해서 상당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김정은의 이 발표는 분명히 일방적이고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이고 반평화적인 결정입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명예교수 :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자는 건 아니거든요. 분단 경쟁을 함으로써 민족 공멸로 가는 것보다는 잠정적으로 2개 국가로 하면서 민족이 공존하는 게 제가 볼 때는 더 민족적인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북한이 독자적인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겠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한반도는 종전과 다른 전환점을 향해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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