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농기계는 가격이 보통 수천만 원에 이르고, 비싼 건 1억 원이 넘을 정도로 웬만한 고급 승용차 가격과 맞먹습니다.
하지만, 하자 수리나 환불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특히, 수리가 늦어져 농사철을 놓치는 일까지 있다고 합니다.
이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봄을 맞은 들녘 곳곳에서 논갈이, 밭갈이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밭을 갈아야 할 트랙터가 창고에 서 있습니다.
두 달 전 6천만 원에 샀지만, 한 번도 못 써봤습니다.
새 트랙터지만 녹이랑 흠집이 가득하고, 시동을 걸면 부서질 듯, 굉음이 납니다.
운전대는 갑자기 잠겨, 돌아가질 않았습니다.
[강성웅/횡성군 둔내면 : "핸들 이렇게 걸려요. 반대로 튀는 것 마냥 계속 이러니까 위험해서 솔직히 불안해요."]
여러 차례 수리와 반품을 요청했지만, 제조사는 녹이나 흠집은 생기기 마련이라며, 수리도 보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 뿐이었습니다.
[농기계 제조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농번기에는 고객분들께서 동시에 기계를 사용하시기 때문에 수리 요청 물량이 집중됩니다."]
KBS의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 업체는 교환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남의 트랙터를 빌려 봄농사를 마친 뒤였습니다.
[강성웅/횡성군 둔내면 : "농번기 같은 경우에는 그 시기를 놓치면 농사에 굉장히 지장이 많이 가는데,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라서."]
온라인에는 농민들의 불만이 이어집니다.
가격은 고급 승용차와 맞먹지만, 품질이나 사후 관리는 턱없이 뒤쳐진다는 겁니다.
[불량 농기계 구매자/음성변조 : "팔아먹고 그냥 나 몰라라 해요. 당장 써야 되는데."]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관련 신고는 한 해 30여 건.
하지만 고령화된 농촌에선 아예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김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