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 피해 배상은 ‘하늘의 별 따기’…인용률 저조

입력 2024.05.31 (07:43)

수정 2024.05.31 (10:32)

[앵커]

전화금융사기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용케 범인을 붙잡아도 배상을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배상 명령과 관련한 법원 판결문을 직접 분석해봤습니다.

김현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자신의 은행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는 말에 깜빡 속은 전화금융사기 피해자.

범죄 조직은 구속까지 될 수 있다며 공포심을 조성했고, 피해자는 대출금까지 포함해 모두 1억 원가량의 돈을 뜯겼습니다.

[김○○/전화금융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내 신용이 다 샜으니까 그걸 뽑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고통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어요."]

지난 한 해 동안 전화금융사기 피해액은 모두 천965억 원으로, 피해자 한 명당 평균 천7백만 원씩 잃은 셈입니다.

이처럼 억울하게 돈을 잃은 피해자가 더욱 쉽게 구제 받을 수 있도록 배상명령 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배상명령 제도는 범죄 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을 형사재판에서 할 수 있도록 보장한 제도입니다.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따로 민사소송을 하지 않아도 더욱 편리하게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제도, 잘 활용되고 있을까요?

KBS 취재진은 '보이스피싱'을 검색어로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전북 지역에서 진행한 형사재판 1심 판결문 백 여건을 2주에 걸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판결 103건 가운데 38건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배상명령 신청을 인용한 판결은, 피해자 63명 가운데 고작 7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결국 배상 명령 인용률은 15%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배상받기 힘든 이유는 뭘까?

현금 수거책이나 인출책과 같은 하부 조직원이나 방조범이 검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피고인의 배상 책임이 명백하지 않다는 게 판결문의 주된 이유입니다.

조금이라도 책임을 인정하는 민사소송과 달리, 배상명령 제도에는 조금이라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일부 인용 개념도 없습니다.

[송경한/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 : "(주로) 잡히는 사람들이 인출책인데, '이분들에게 배상명령 전액 책임을 지울 수 있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배상명령신청 제도에서는 과실상계 같은 게 적용이 아예 안 되거든요."]

한 사람의 인생과 가정을 파탄내는 전화금융사기, 빠르고 온전한 배상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현주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 - 주요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