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을 ‘근로자 쉼터’로?…무턱대고 지었다 혈세만 낭비

입력 2024.06.20 (19:33)

수정 2024.06.20 (19:41)

[앵커]

강원도 횡성군이 1년 8개월 전 지역의 한 산업단지에 지은 어린이집이 아직도 문을 못 열고 있습니다.

세금이 15억 원이나 투입된 시설인데요.

최근엔, 아예 산단 '근로자 쉼터'로 바꾸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청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횡성 우천산업단지입니다.

기업체 16개가 입주해 있습니다.

산단 한쪽에 자리잡은 알록달록 산뜻한 건물, 입주기업 공용 '직장어린이집'입니다.

그런데, 문이 굳게 닫혔고, 텅텅 빈 내부에, 불도 다 꺼져 있습니다.

미끄럼틀은 색이 바랬고, 거미줄까지 쳐져 있습니다.

"시설 안에 있는 조리실입니다. 지금 보이는 것처럼 사용하지 않은 용품과 집기들이 이렇게 쌓여있습니다."

1년 8개월 전에 준공된 뒤 줄곧 이 상태입니다.

사업비는 15억 원.

이 가운데 10억 원은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확보했습니다.

정원 49명 규모로 지어졌는데 준공하고 난 뒤, 오겠다는 어린이가 단 한 명 뿐이었습니다.

결국 어린이집은 문도 못 열었고, 사업비 가운데 국비 10억 원은 반납했습니다.

[정운현/횡성군의원 : "충분한 수요예측을 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보면 무분별한 공모사업의 결과겠죠."]

이제는 매점과 카페, 공유사무실 등을 갖춘 '근로자 쉼터'로 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김미자/횡성군 기업지원팀장 : "공간은 지금 있는 상황대로 가능한 최대한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을 할 생각이고요. 필요한 집기들만 구성을 해서."]

허술한 계획으로 이미 한 번 실패한 시설.

체계적인 설계 없이 나온 재활용 방안은 또다시 예산 낭비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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