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향을 떠나온 탈북민들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다고 합니다.
정치 체제와 생활방식은 물론 문화까지, 모든 것이 낯선 한국살이에 대한 고민 때문일 텐데요.
이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지지와 인정을 위해 올해 시작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남측 전문가와 탈북민이 일대일로 결연을 맺는 일명 멘토링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요.
이 프로그램의 결실로 최근 한 탈북민 영화감독이 새 작품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그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대한민국에 온 탈북 여성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첫 선을 보이는 날.
오늘 여기서 특별한 영화를 상영한다고 하는데요.
여러분,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시죠?
함께 보려 가보시죠.
영화의 제목은 '통일오라'.
하나둘 입장한 관객들이 객석을 채우고, 영화 제작의 주역들이 무대에 오릅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길주형 대표가 이번 영화의 감독을 소개하는데요.
["탈북민 1호 영화감독 김규민 감독입니다."]
길 대표는 도움을 주는 '멘토'로, 도움을 받는 '멘티' 김규민 감독과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김규민/탈북민 영화감독 : "사실은 이 영화는 정말 작게 시작됐습니다. 준비했던 다큐멘터리가 지금까지 쭉 이어져 왔고..."]
그렇게 만들어진 '통일오라'는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탈북민 김보빈 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입니다.
["북한에서 살 때는 비가 오는 날이 제일 힘들었어요. 비포장도로니까 비가 오면 흙에 계속 신발이 빠지잖아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탈북한 보빈 씨는 강제 북송돼 3년간 교화소에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후 재탈북을 감행해 2012년 한국에 도착했고, 지금은 다섯 아이의 엄마이자 사업가로 활동 중입니다.
영화는 역경을 극복한 보빈 씨가 한국에서 만난 희망과 미래의 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보빈/'통일오라' 주인공 :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멀리 느껴졌던 통일을 마음속에 가까이 왔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길 대표와 김 감독도 영화 상영의 감격을 나눕니다.
[길주형/민주평통 서울노원구협의회장 : "(오늘 상영회 어떠셨어요?) 매번 감동이에요. 저희 수십 번 봤죠. 편집하고 이러면서 그랬는데 정말 매번 감동이고 볼 때마다 새롭고 너무 좋습니다."]
서울 태생인 길 대표와 북녘 황해도가 고향인 김 감독은 멘토와 멘티라는 관계로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데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추진 중인 멘토링 프로그램은 남북한 주민이 결연 맺기를 통해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현재까지 650여 명의 탈북민이 참여했습니다.
멘토와 멘티라는 인연으로 만난 길주형 대표와 김규민 감독은 이제는 또 다른 작품을 계획하며 꿈과 미래를 향한 동반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 기간 내내 이들이 동고동락했다는 작업실.
[김규민/영화감독 : "'통일오라' 편집실이고, 믹싱실이고 멀티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통일오라는 최근 국제 영화제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질 만큼, 값진 성과를 얻고 있는데요.
["(수상 후보가 된 영화제가) 6개 됐어요. (지금 받은 게요?) 네. (2개가 더 추가된 거예요?) 네."]
작업실에선, 해외 상영을 위한 후반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우성/통일오라 제작피디 : "지금 다국어 필요한 게 영어, 일본어 그 정도면 될 것 같고..."]
영화를 통해 진심을 나누는 두 사람의 인연은 2019년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길주형/민주평통 서울노원구협의회장 : "2019년 5월로 기억하는데. 그때 제가 영화를 보고 찾아가야겠다 해서 접촉을 그때서부터 해서 그렇게 만나게 된 거죠. (어떤 영화를 보신 건가요?) 사랑의 선물이요. 사랑의 선물을 보고 너무 감동 받았어요."]
김규민 감독의 이전 작품인, 사랑의 선물은 북한 황해도에서 생활고에 시달린 한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기업가이자 민주평통 지역협의회장이었던 길주형 대표는 이 영화를 계기로 김규민 감독을 후원하는 멘토가 됐다고 합니다.
[길주형/민주평통 서울노원구협의회장 : "통일이라는 단어를 딱 떠올리며 생각한다면 무조건 이 영화는 누구나 봐야 한다고 생각을 가진 거죠."]
2000년 탈북한 김 감독은 한국 라디오를 들으며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하는데요.
[김규민/영화감독 : "제 머리를 바꾼 건 KBS 사회교육방송이었습니다. (진행자가) '도전이라는 건 힘들지만 도전을 해냈을 때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다' 그런 말을 했던 걸로 기억이 나요."]
2006년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이후, 꾸준히 영화인의 길을 걷고 있는 김규민 감독.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멘토인 길 대표는 남한 생활의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김규민/영화감독 : "제 정신적 멘토십니다. 뭔가를 할 때 상의할 사람이 있다는 게 엄청난 거거든요."]
이들은 다음 작품을 계획하며, 멘토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가고 있습니다.
[길주형/민주평통 서울노원구협의회장 : "정착 스토리를 갖고 행복의 발전 단계를 지금 찍고 있는데 정착을 시작하는 기초 단계, 첫걸음 단계에 있는 모든 분에게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남한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멘티 김규민 감독은 도움을 받는 데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또 다른 탈북민의 멘토가 되어 동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멘티였던 김규민 감독이, 멘토로 활동하는 시간입니다.
["(감독님 지금 어디 가는 길이세요?) 저도 멘티가 있어서요. 멘티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음악연습실에서 만난 김규민 감독의 멘티는 젊은 청년이었는데요.
[김규민/영화감독 : "(안녕하세요.) 멋진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는 그런 친구입니다."]
한껏 랩 실력을 발휘하는 영준 씨.
김 감독이 진지하게 영준 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노래 멘트(가사)에 얼굴 (표정이) 못 따라가는 것 같아."]
래퍼를 꿈꾸는 영준 씨는 자신이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밝히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민영준/가명/탈북민 : "(북한) 출신을 누군가에게 말했을 때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런 걱정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김규민 감독 또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영준 씨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모습입니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더 큰 꿈과 미래를 그려 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규민/영화감독 : "저도 좋은 멘토가 돼서 또 다른 탈북민 친구를 멘티로 키우는 그래서 탈북민들 스스로 통일을 준비해가는 그런 모습으로 그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누군가의 멘티로, 또 누군가에게는 멘토로.
하나씩 하나씩 인연을 쌓아가며 통일의 향한 또 다른 나침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