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라면 30년’ 할아버지

입력 2005.11.30 (20:46)

<앵커 멘트>

라면 좋아들하시죠?

그런데 아무리 좋아하는 라면이라도 하루 세끼씩 매일 먹어야 한다면 물리지 않을까요?

무려 30년 이상을 매끼니 라면만 드신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십니다.

박상용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라면에 김치.

올해 73살인 박병구 할아버지가 무려 30년 이상 그것도 매일 먹어온 식단입니다.

하루에 한 번 라면이면 어렵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박 할아버지는 아침,점심,저녁 매 끼니를 라면만 먹었습니다.

지난 1973년부터니까 올해로 꼭 33년쨉니다.

<인터뷰> 박병구(73살/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이제는 라면이 내내 그저 좋아요. 처음에는 한꺼번에 두 번도 먹고 그때는 그랬어요. 질리는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고. 그전에 밥먹고 살때나 한가지에요."

이쯤되면 라면이 질릴만도한데 박 할아버지는 언제나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웁니다.

밥 대신 라면 30년.

밥 맛에 대한 기억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박병구(73살/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이젠 밥맛은 몰라요."

할아버지가 처음 라면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3년.

할아버지는 라면의 부드러운 면발이 밥보다 쉽게 넘어가는 것 같아 라면만 먹게됐다고 합니다.

한 때 위장병으로 수술까지 받았지만 할아버지는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영양결핍 같은 문제없이 건강합니다.

할아버지가 처음 라면을 먹을 당시 라면 한 봉지 가격은 10 원.

쌀을 팔아 라면을 샀습니다.

<인터뷰> 최정숙(부인) : "그때는 50개 씩 들어있었어. 쌀 한 말 팔아야 한 박스 사는데 한 네 말을 가지고 세박스 사요. 그러니까 혼자 한달에 쌀 다섯 말을 더 잡수시더라니까요."

라면 할아버지로 불리는 박 할아버지의 독특한 식성은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터뷰> 현종민(주민) : "자기만 먹지. 밥은 줘도 라면은 안 줘요."

<인터뷰> 박근석(주민) : "손님은 뭐 다른 걸 대접해 주시고 라면은 혼자만 드시더라고요."

라면 하나만으로 일흔이 넘도록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박 할아버지.

박 할아버지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병구(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 "다른집에 놀러가면 내가 라면 끓여달라고 할 수 없지. 그러니까 남들 먹을 때 밥을 먹기는 먹어요. 그런데 라면만 못해요."

KBS 뉴스 박상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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