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돈을 빌리기 위해 사채업자에게 군사 비밀인 '암구호'를 넘긴 군인들이 적발됐다는 보도, 얼마 전 전해드렸는데요.
사채업자들을 조사한 결과, 대출 담보로 넘겨진 군 내부 정보가 암구호 말고도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불법 대부업체 사무실에 들이닥친 경찰.
["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 대부업법 위반,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 등 3개…."]
사채업자들을 체포합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육군 대위 등 군 간부 3명에게 각각 100만 원 가량을 빌려줬습니다.
담보는, 군사 비밀인 '암구호'였습니다.
군사 3급 비밀인 암구호는 아군과 적군을 구별할 때 씁니다.
'화랑'이라고 물으면 '담배'라고 답하는 식입니다.
보안이 중요해 매일 바뀌고 따로 적어두는 것도 금지돼 있는데, 암구호가 적힌 군 상황판 사진을 사채 담보로 받은 겁니다.
암구호 이외에도 '피아 식별 띠'와 부대 조직도 등 외부 유출이 엄격히 제한된 군 내부 자료를 대출 담보로 요구했습니다.
이자율은 법정이율의 천 5백배인 최대 연 3만%에 달했습니다.
연체할 경우 비밀 누설을 볼모 삼아 부대에 알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채권 추심용으로 암구호를 수집했고, 돈 갚아라, 안 갚으면 부대에 전화하겠다."]
군인들은 가상화폐 투자나 불법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출된 암구호가 반국가단체 등으로 흘러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30대 대부업자와 직원 등 3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암구호 등을 유출한 육군 대위는 앞서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전역 조치됐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최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