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도 없었는데…뚝뚝 떨어진 배, 왜?

입력 2024.10.02 (21:39)

수정 2024.10.02 (21:46)

[앵커]

이례적으로 길었던 이번 여름의 여파가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국내 배 주산지 곳곳에서 배 표면이 갈라지는 열과 현상 등이 나타난건데, 과수 농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백상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과수원 바닥 곳곳에 흰 봉투를 씌운 배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표면을 보니 길게 금이 가면서 주변이 무르거나 검게 상했습니다.

열과 현상입니다.

2만 9천 ㎡에 달하는 과수원의 절반 정도가 이런 상태입니다.

[김태현/과수원 직원 : "만져보면 다 썩어서 물컹물컹해요. 달린 것보다 지금 현재로서는 길바닥에 떨어진 게 더 많잖아요."]

사정은 인근의 다른 과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실이 무르며 수확도 못 하고 떨어진 배가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선별장에서 나온 열과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박스씩 이렇게 나오고 있는데요.

표면이 갈라지면서 모두 상하게 돼 폐기 처분해야 합니다.

국내 배 주산지인 충남 천안과 아산에서, 지난달 농협에 신고된 열과 등 낙과 신고만 8백 건이 넘습니다.

유난히 길고 심했던 폭염과 잦은 비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홍대준/충남 아산시 농업기술센터 과수팀장 : "올해 유난히 장기간 지속된 폭염과 또 비대 기간(성장기)에 집중 강우로 인해서 연약해진 과피(과일 표면)가 터져서 열과가 많이 발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배의 열과는 관련법상 재해로 보기 어려워 현행 농작물 재해보험으로는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염철형/배 재배 농민 : "내년에도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이 됩니다. (열과에 대해) 특약이나 어떤 부분에 있어서 연구를, 좀 대책 강구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해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안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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