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선선한 가을을 맞아 왕릉 나들이 하시는 분들 많아지셨는데요.
조선왕릉은 우리나라에 있는 40기 모두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관리가 잘되고 있는 반면, 고려왕릉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고 있습니다.
실태를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차 한 대 겨우 지날 정도로 좁다란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사적으로 지정된 강화 홍릉, 고려 고종의 왕릉으로 가는 길입니다.
차에서 내려 계단 하나 없는 험한 산길을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홍릉이 나타납니다.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 외에는 왕릉이라고 표현하기도 힘든 조그마한 무덤 하나가 전부입니다.
무덤에 가려면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야 합니다.
왕릉은 벌초도 안 돼 있고 잔디는 듬성듬성 파여 있어 보기 흉할 정도입니다.
[황완익/강화문화원장 : "이거를 좀 더 홍보가 되고, 경주나 부여처럼 접근성이 좋도록 해 달라고 여러 번 얘기를 했죠. 그런데 아직까지도 실행이 안 되고 있죠."]
특히 이 일대를 오랜 기간 개발 규제 지역으로 묶어만 놓고 있어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규제를 했으면 뭔가를 해야죠. 역사 지구로 개발을 하던지, 규제만 해놓고 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계속 규제만, '너네는 규제만 받고 살아'…."]
조선왕릉과 비교해 보니 최근 3년간 조선왕릉에는 523억 원의 국고가 지원된 반면 고려왕릉은 19억 원에 불과합니다.
관리 인력도 조선왕릉이 400명이 넘는 데 반해 고려왕릉은 단 3명입니다.
CCTV도 고려왕릉에는 3대뿐입니다.
[민형배/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고려왕릉이라는 게 확인이 됐으면 이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산이거든요. 이것을 소홀히 하는 것은 국가유산청의 일종의 직무 유기 같은…."]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고려왕릉은 모두 6기, 이 가운데 5기는 사적으로 등록돼 있지만, 나머지 1기는 아직 누구의 묘인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상협입니다.
촬영기자:홍병국 최석규/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박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