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 몰래 파묘·화장까지…대법 “유골 손괴” 인정

입력 2024.10.30 (06:28)

수정 2024.10.30 (07:56)

[앵커]

집안 제사를 모시는 장손 등 제사 주재자의 동의 없이 묘를 파서 유골을 화장했다면 '유골 손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유골의 관리·처분은 제사 주재자의 동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김소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조상 묘를 관리하거나 처분할 권한이 있는 제사 주재자의 동의 없이, 묘를 파내 유골을 처분하는 행위는 '유골 손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는 분묘 발굴과 유골 손괴 혐의가 있는 정 모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정 씨는 2020년 조상 묘가 있던 임야를 팔면서 집안의 제사 주재자인 장손 등 친척들과 상의 없이 증조부와 조부모가 합장된 분묘를 발굴하고 유골을 화장해 안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 2심은 분묘 발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유골 손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적법한 절차로 종교와 관습에 따른 예를 갖춰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했다면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유골의 관리·처분은 제사 주재자의 동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런 동의 없이 함부로 유골의 물리적 형상을 변경해 훼손하는 것은 사자에 대한 추모 감정 등을 해치는 '손괴' 행위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적법한 화장 절차에 따라 유골이 안치됐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유골 손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돌려보냈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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