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대홍수로 2백 명 넘게 숨진 스페인에선 후폭풍이 거셉니다.
당국의 안이한 대응에 분노한 시민들이 피해지역을 찾은 국왕에게 진흙과 물건을 던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침수 차량에서 수일 간 갇혀있던 사람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안다영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수해 현장을 찾은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성난 시민들이 욕설을 하며 진흙과 물건을 던집니다.
["살인자!"]
경호원들이 우산으로 막아보려 하지만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를 보호하지 말아요, 그들이 우리를 죽이고 있어요!"]
국왕의 위로에도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페르난도 로자노/지역 주민 : "사람들은 친척을 잃고, 집을 잃고, 일자리를 잃고, 재앙과 같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강한 반발에 결국 국왕은 일찍 현장을 떠났고, 이후 예정된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모두 취소됐습니다.
앞서 지난달 29일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내린 기습적 폭우로 지금까지 200명 넘게 숨졌습니다.
당시 폭우 경보가 발령된 지 10시간이 지나서야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됐습니다.
시민들이 대처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절망적 상황 속에서 기적적인 생환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침수된 지하도에 있던 차량에서 사흘 동안 갇혀 있던 여성 1명이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마르틴 페레스/스페인 발렌시아 시민 보호 담당자 : "(사고 발생) 3일 후에 우리가 차 안에서 생존자를 발견했습니다!"]
급류에 휩쓸릴 위기에 처한 남성을 이웃들이 힘을 합쳐 구해내는 등 영웅들의 활약상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종자 수가 수백 명에 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스페인 당국은 군인과 경찰 만 명을 피해 지역에 추가로 배치해 생존자 수색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황보현평/자료조사:권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