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내용으로 재구성한 ‘선관위 장악 모의’

입력 2024.12.20 (21:08)

수정 2024.12.20 (22:06)

[앵커]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는 이번 계엄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로 보입니다.

계엄 비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여기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틀 동안 단독 보도해드린 노 전 사령관의 행적과 지금까지 나온 수사 내용을 종합해서, 선관위 장악 모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재구성해봤습니다.

현예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한남동에 있는 국방부 장관 공관입니다.

비상계엄 선포 사흘 전, 바로 이곳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6년 전 퇴역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단둘이 만났단 진술이 나왔습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이 회동을 마친 뒤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이렇게 지시했다고 합니다.

"계엄이 선포되면 국회에 방첩사 요원들을 보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가서 부정선거 증거가 담긴 자료를 갖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노 전 사령관이 이번엔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을 만난 정황이 포착됩니다.

이른바 '햄버거 회동'입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역시 문 사령관 등에게도 '선관위 서버 확보'를 언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KBS 취재 결과, 계엄 선포 직후 김 전 장관이 "선관위 관련해선 노상원과 얘기해 보라"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한 거로 파악됐습니다.

다시, 여 사령관은 부하인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노상원에게 연락하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정황은 계엄 전후 중앙 선관위와 관련한 군 작전의 기획과 실행에 노 전 사령관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 계엄 당일, 중앙 선관위엔 군 병력이 투입됐고, 계엄군이 중앙 선관위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CCTV 영상에 담겼습니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의 밤을 사전 모의하는데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 이제 수사는 '계엄 비선'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집중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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