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연말 소비 심리도 날씨만큼 차갑게 얼어붙었습니다.
소비 심리가 나빠진 정도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입니다.
되살아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젭니다.
황경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북적이는 서울 강남의 지하상가.
곳곳이 '세일' 중이지만 지갑은 잘 열리지 않습니다.
[황금숙/경기도 고양시 : "쇼핑 나올 때 집에서 미리 점심을 먹고 나와요. 나와서 먹으려면 최하 만 원은 있어야 해 거의. 만 원이면 식구들 반찬을 (해줘요)."]
한국은행이 내놓은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8.4, 전달보다 12포인트 넘게 뚝 떨어졌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 3월 이후 하락 폭이 가장 큽니다.
수치 자체로 봐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심리가 얼어붙은 건 국내 정치 불안 탓이 크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합니다.
[이종렬/한국은행 부총재보 : "최근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금융기관 손실 흡수력과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소비 심리가 나아질 요인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특히 1,400원대 중반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는 환율은 수입품 가격을 올리고, 전체 물가를 자극해 소비 부담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서지용/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고환율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거든요. 연초가 되면 내구재 소비를 하게 되는데, 소비자물가가 높아지면 큰 소비를 잘 안 하게 되기 때문에 민간 소비가 상당히 악화하고 있고요."]
사는 사람이 없으니 파는 사람도 점점 버티기 힘듭니다.
소득도, 신용도 낮은데 대출을 여러 건 받은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3분기 기준 11.5%나 돼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촬영기자:신동곤/영상편집:장수경/그래픽:김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