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런 것도 보도해요?”…네, 합니다 그런데…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1.18 (09:03)

수정 2025.01.18 (09:18)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와 체포 사태를 겪으면서, 주변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흔히 품는 오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정치체제 특성상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한국의 정치 상황이 국내에 전해지는 것을 꺼릴 것이고, 따라서 보도를 통제할 거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유튜브·엑스 사용을 막는 중국의 '인터넷 만리장성'과 통제·검열의 벽이 높다고 한들, 중국 국내라면 모를까 해외에서 일어난 사건을 완전히 숨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해외에 거주했던 중국인이 적지 않은데, 이들 대부분은 귀국 뒤에도 VPN(가상사설망)을 활용해 '인터넷 만리장성'을 뚫고 해외 SNS를 이용합니다.

국민들이 나서 시위를 벌이며 최고 권력자를 탄핵 소추하고 체포해 조사하는 모습이 전해지는 게 중국 당국의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보도 통제로 소식이 퍼지는 것을 막는 건 무의미하다는 얘기입니다.

출처 : 각 방송사 보도 화면 갈무리출처 : 각 방송사 보도 화면 갈무리

실제로 비상계엄부터 이어진 한국의 일련의 사태를, 중국 관영매체도 '속보로 상세히' 전했습니다. 그래도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불편하긴 했을까요?

우리 국회의 탄핵 소추 투표 쯤 한 중국인과 한국의 여야가 대립하는 정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처럼 정치적 갈등이 크면 중국은 분열될 수밖에 없어. 중국은 너무 커"

사실 중국에서 지내다 보면 여러 상황에서 이같은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이 통일된 국가로 존재했던 시기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렇게 큰 땅에서 14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고 갈등을 빚는다면 중국은 예전처럼 분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통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중국인들의 사고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한국처럼 정치적 갈등이 크면 중국은 분열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던 중국인은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알 건 알 만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처럼, 중국인들도 다른 나라는 국민과 언론이 정권을 견제하고 권력자를 비판하며 때로는 끌어내리기까지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조국'이 지금처럼 계속 발전하려면 어느 정도의 불가피한 희생은 감수해야 하고, 그 희생에 정치적 자유가 포함되더라도 '우리는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어'라며 넘겨버리는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국산품 애용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중국 애국주의'의 한 모습일 뿐, 진면모는 '국가를 위해 다소의 불가피함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기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 때문입니다.


대통령 탄핵 소추에서 체포로 이어진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도할 때 다른 해외 언론들과 중국 매체들이 구분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중국도 '관련 상황을 속보로 상세히' 전하는 데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현장 상황을 생방송으로 전하고 이를 보는 누리꾼 동시 접속자 수가 순식간에 수만 명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다만, 한국의 정치적 위기와 혼란을 민주주의와 법치의 맥락에서 평가하는 다른 해외 언론과 달리, 중국 언론은 한국의 국정 마비와 혼란, 이로 인한 유·무형의 국가적 손실에만 집중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는 좋든 나쁘든, 단순한 전망이든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맞이한 풍파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뤘는데, 한국의 정치적 불안과 혼란이 국가적으로 이익이냐 손실이냐를 따지는 방향으로만 보도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 정부 차원에서는 '(타국의) 내정에 대해서는 따로 논평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지난 15일, 중국 관영 매체 CCTV도 이른 아침부터 체포영장 집행 소식을 보도했다.지난 15일, 중국 관영 매체 CCTV도 이른 아침부터 체포영장 집행 소식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입장 발표와 보도 양상을 지켜보면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1월 15일):
"중한은 서로 중요한 이웃이며 협력 파트너로, 중국은 한국과 함께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합니다"

중국 정부는 주로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는 말로 한국을 표현하지만, 사실 여기엔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G2 시대' 미국과의 경쟁이 지상과제인 중국에서, 한국은 냉정하게 말해 단순히 이웃 국가여서만이 아니라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경쟁 상대인 미국의 동맹국이기에 더욱 중요한 나라입니다.

한중 양자 관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접근하곤 합니다.

때문에 지난달 계엄이라는 충격적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진 직후, 중국 매체들도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는지 더 주목했습니다.

각종 전문가들의 논평과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서도 한미와 한미일 협력 구도의 약화 여부, 더 나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에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습니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의 귀임, 다이빙 신임 주한 중국대사의 부임을 앞둔 시점이었는데도 한중 양자 관계만 따로 떼어놓고 다루기보다는, 체감상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전망을 짚는 보도가 더 많았습니다.

일반 누리꾼들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탄핵 찬반 집회를 놓고, 집회 그 자체의 민주적 의미보다―물론 SNS 검열의 영향도 있을 수 있겠지만―'왜 성조기를 들고 집회에 나가느냐, 성조기를 들 만큼 미국이 그렇게 중요하냐'에 초점을 맞춘 반응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상단에 붉은 글씨로 ‘미국 성조기와 한국 국기를 들었다’고 쓰여있다. (출처: 더우인 캡처)상단에 붉은 글씨로 ‘미국 성조기와 한국 국기를 들었다’고 쓰여있다. (출처: 더우인 캡처)

통상 한 사회의 언론은 너무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그 사회의 가장 일반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창구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보도와 각종 반응을 살펴 보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중국의 시선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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