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산불로 진화 인력의 안타까운 희생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계약직의 '산불 전문진화대원' 이었는데요.
하지만 전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이들에게 지급된 보호 장비 성능이 매우 떨어져, 산불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대완 기잡니다.
[리포트]
산 정상을 휘감은 화마가 민가 100미터 앞까지 내려온 순간.
헬기 지원을 기다릴 새도 없이 산불진화대원들만 긴급 투입됩니다.
불이 난 곳 주변부만 해도 800도에 이르는 상황, 소방호스를 붙잡고 불기둥과 맞서 싸웁니다.
["물을 흠뻑 줘서 재발화 안 되게 해 주세요."]
그런데 보호 장구라곤 방진 마스크와 건축용 안전모, 안전화가 전부입니다.
심지어 불티가 닿으면 피부에 달라붙어 부상을 입기 쉬운 고무로 코팅된 장갑이나 고무장화를 착용하기도 합니다.
[○○군 산불 전문 진화대원/음성변조 : "화기가 워낙 센 데는 이런 건 녹아 버린다고 무조건 화상을 입어서 중상을 입고."]
지급된 방염복도 문제입니다.
소방대원 특수방화복은 순간 최대 1,000도의 열도 견딜 수 있지만, 민간 진화대원 방염복은 튀는 불씨를 막는 수준에 그칩니다.
[백승주/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방화복은 방화에다가 차열 성능까지 있어요. 그런데 방염복은 잔불 티가 붙었을 때 툭툭 털 수 있는 정도지, 불에 닿게 되면 그 옷이 녹아서 살에 붙게 됩니다."]
부실한 장비로 산불 현장에 갈 때마다 안전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습니다.
[전직 산불 전문 진화대원/음성변조 : "우리도 사람인데 안 불안할 수가 있겠는가요? 이왕이면 이제 진짜 참 방화복 같은 거 있으면 더 좋죠."]
전국 지자체 소속 민간 진화대원은 모두 9천6백여 명.
대형 산불의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민간 진화대원도 제대로 된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이대완입니다.
촬영기자:변성준/영상편집:김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