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할매’ 7명 깨우고 죽기 살기 뛰었다…“고마워요, 수기안토 씨” (Seorang WNI turut terlibat dalam evakuasi 7 orang lansia dari kebakaran hutan di Gyeongsang) [이런뉴스]
지난달 25일,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60가구, 그것도 고령층이 대부분인 이 작은 마을에 거센 화마가 덮쳐왔습니다.
숨쉬기도 힘든 상황, 세 사람이 골목길로 뛰쳐나왔습니다.
마을 이장과 어촌계장, 그리고 8년 차 외국인 노동자 수기안토 씨입니다.
[김필정(57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 이장: 한 8시쯤 깬 것 같은데, 시골에선 더 빨리 자요. 연기가 많이 오니까 숨쉬기 힘들잖아요. 세 명이 다 돌아다녔죠. 주무시고 계시는 집을 다 아니까. 그때는 뭐 생사가 갈린 길이니까. 뭐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데요. 불이 넘어오는데 저 산에서 불덩어리 막 넘어오니까 숨을 못 쉰다니까요.]
이거저거 따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돌아다니며, 있는 힘껏 소리 지르고 문을 부숴서라도 노인들을 깨웠습니다.
[유명신(51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문을 두드려도 이분들이 나오지를 않아요. 불났으니까 빨리 나오라고 소리 지르고. 문도 이렇게 손으로 때려서. 안에서 주무시니까 안 들리니까 발로 차고. 문을 창문까지 따고 들어가서 문 열고.]
특히 막내인 31살 수기안토 씨의 도움이 컸습니다.
[수기안토(31살)/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문을 두드려 봤는데, 할매들이 안 나와서요. 계속 두드려 봤는데요. 할머니가 나와서 업고 나오고 부축하고요. 그 할매들이 나이는 80세, 90세 정도 됐는데요. 그러니까 빨리 못 가요. (한 몇 분 정도를 그렇게 깨우셨어요?) 7명.]
경사가 심한 데다, 굽이굽이 골목길이어서 이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었습니다.
[유명신(51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나중에 다 구하고 난 다음에 제가 (수기안토에게) 물어봤어요. 넌 왜 그렇게 했냐고. (그랬더니) 자기도 집에 어르신들이 있다. 할아버지도 계시고 엄마, 아버지도 계신다. 당연히 이건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수기안토(31살)/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인도네시아에는 우리 가족이 할배가 한 명밖에 없는데요. 아이고, 내 할배 한국에 있었으면 어떡해. 나도 저 때 울고요. (그랬더니) 할매가 빨리 나와서 '왜요? 왜요?' 하대요. 나 보고.]
필사적으로 노인들을 업고 뛴 3명의 구출 작전 덕분에 다친 사람들은 없지만, 타버린 마을 앞에 한숨만 나옵니다.
[유명신(51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어구 같은 경우도 다 타버리니까. 이게 당장 먹고 살아야 되는데 솔직히 막막하고 캄캄하고 막 그래요. 좀.]
KBS 뉴스 이윤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