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4년 동안 제주지방법원에서는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눈물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약 2천 명의 희생자들이 무죄를 받고 명예를 회복했기 때문인데요.
70여 년 만에 아버지의 누명을 벗겼지만, 국가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자녀들이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립니다.
지난 4년 동안 검찰이 청구한 직권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한 희생자는 약 2천 명.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도 청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70년 넘는 통한의 세월에도, 국가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유족들이 있습니다.
4·3으로 인해 가족관계가 꼬여버린 아이들입니다.
올해 초 KBS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가족관계를 바로잡지 못해 아버지의 보상금을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76살 오순자 할머니의 제보였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오 할머니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이용국/오순자 할머니 외사촌동생 : "8일 동안 의식 불명 상태로 살다가 깨어났다고 그런 말도 했었습니다. 죽기 전에 빨리 한을 풀어야겠다, 그런 생각밖에 안듭니다."]
4·3 당시 대전형무소에 끌려가 행방불명된 오 할머니의 아버지는 2022년 8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용국/오순자 할머니 외사촌동생 : "형무소에 있다가 행방불명 소식만 듣고 아직까지 시신은 찾지 못했고, 집에서는 우리 사촌누나가 제사 지내고."]
부모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큰아버지 딸로 입적한 오 할머니는 2023년 가족관계 정정 신청을 했지만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이용국/오순자 할머니 외사촌동생 : "국가에서 이걸 빨리해 줘야만, 우리가 재심 무죄 판결을 받고 3년이 다 돼가는데도 아직 안 돼서 너무 억울하다고나 할까."]
형사보상법상 보상 청구 기한은 3년, 앞으로 넉 달 뒤면 기한이 소멸됩니다.
[문성윤/변호사 : "형사보상법에 정해진 기간이기 때문에 그거를 늘리거나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늘리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이 같은 상황에 처한 유족이 과연 한 명뿐일까.
취재진은 직권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1,923명 가운데, 2021년 4·3유족회가 조사한 가족관계 불일치 사례 78건의 희생자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10여 명이 오 할머니처럼 무죄 판결을 받고도 보상 청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뒤엉킨 가족관계로 더욱 고달프게 살아야 했던 유족들이 무죄 판결에도 울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고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