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딛고 피우는 생명’…산불 피해 경북의 영농철

입력 2025.04.27 (21:44)

수정 2025.04.27 (21:53)

[앵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들녘마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산불 피해지역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다시 땅을 일구며 새로 일어설 준비를 하는 농민들을 김지홍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초록빛 마늘잎이 풍성하게 올라왔습니다.

잎사귀 사이 잡초를 뽑아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지난달 24일, 밭 앞까지 번진 산불로 농기계가 불타버린 농가,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지만 일을 쉴 수는 없습니다.

[박경숙/의성군 안평면 : "앞으로 10년은 또 고생해야 하죠. 산이 전체가 다 탔는데, 집 탄 사람도 있는데, (저는) 괜찮아요."]

농기계와 함께 자두나무 수백 그루가 불타버린 이 농민도, 애써 마음을 가다듬으며 고추밭을 가꿉니다.

날이 더워져 고추 정식 작업을 더는 미룰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산불 피해를 덜 봤던 고추밭에 애정을 쏟아부어 봅니다.

[오태훈/의성군 안평면 : "고추에 집중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산불로 경북 5개 시군에서 발생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2천3헥타르, 축구장 4만 개 규모 농지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됐습니다.

경상북도는 국립종자원,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벼와 참깨 등 8개 품목의 종자 21톤을 이들 농가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추와 사과 묘목도 무료로 공급하고 농기계 3백90여 대도 무상 임대하거나 구입비 일부를 지원합니다.

[김형식/의성군 안평면 : "도움을 주시니까 더 열심히 해서, 살다 보면 또 희망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희망을 갖고 살아야죠."]

산불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어김없이 돌아온 영농철, 검게 타버린 산 아래에서 농민들은 묵묵히 새 희망을 다시 일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홍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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