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적 가치를 높이는 강원유산지도 순서.
최근 세상을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누구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랐죠.
한국전쟁 속에 지어진 속초 동명동 성당은 오랫동안 피난민과 실향민을 품으면서 평화의 상징이 됐습니다.
오늘은 '속초 동명동 성당'에 숨은 화해의 의미를 따라가 봅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면류관.
봉헌 받은 '아픔' 앞에 교황은 고개 숙여 성호를 긋습니다.
분단의 현실을 사는 한반도를 위해 늘 기도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2022년 : "남북한 여러분들은 전쟁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여러분은 전쟁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십시오."]
호수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성당 한 채.
한국전쟁 중 지어진 성당인 '속초 동명동 성당' 입니다.
자재가 부족해 미군과 신자 도움을 받아 영금정 채석장 돌로 외벽을 쌓았습니다.
동해 북부선 철도를 철근 삼아 본당과 사제관, 수녀관 등을 지었습니다.
부대가 폐기한 드럼통을 두드려 펴 지붕을 덮다 보니, 한때 '검은 교회'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끝을 알 수 없었던 긴박한 전장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자유를 찾아 월남자가 늘면서 속초, 고성, 양양까지 관할하게 됐습니다.
[이기범/속초 동명동 성당 주임신부 : "(외국인 사제들이) 예컨대 밀가루라든지 의류, 의약품, 분유 가루 등등 또 현금 등 얻어와서 구호 활동에 함께 했습니다. 가난, 절망에 신음하던 당시 시민들에게 위로의 장소고 희망을 전하는 보금자리로서."]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10월, 1년 만에 완공된 성당.
이후 네댓 번 보수를 거쳤습니다.
입구 상단에 첨탑을 받치는 십자가와 불규칙한 줄눈으로 이어진 하얀 석재는 원형 그대로 남아, 당시의 시대상과 지역성을 보여줍니다.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축물인 '동명동 성당'은 2023년 12월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습니다.
최북단의 성당인 만큼, 실향민 신자도 적지 않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그래서 더욱 간절합니다.
[조병희/실향민 신자/83세 : "처음에 저희들이 신앙 찾은 것은 굶주림과 배고픔…. 휴전선이라고 하면 항상 눈물이 나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랑을 가슴 깊이 새겨서 내가 죽기 전에 나이는 먹었지만 죽기 전에 통일이 돼서 고향에 간다면…."]
평화를 위해 일하라는 교황의 낮은 기도.
동명동 성당에선 더욱 또렷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