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출생 문제를 고민해보는 시간입니다.
요즘 놀이터나 유치원 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줄어드니 이런 시설을 없애는 게 합리적일 순 있지만, 이렇게 계속 없애고 줄이기만 해도 될지, 함께 생각해 보시죠.
최인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노인 보호구역'이 최근 화제가 됐습니다.
'어린이'를 지우고 '노인'으로 바꿔 쓴 흔적.
어린이 보호구역이 노인 보호구역이 된 겁니다.
취재 결과 지자체의 착오로 '어린이' 글자가 잘못 쓰여졌던 걸로 확인되긴 했지만.
급격한 고령화를 보여주는 결정적 한 컷 같은데요.
어린이를 위한 곳이 노인을 위한 곳으로 바뀌고 있는 현장들을 구석구석 취재했습니다.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박자에 맞춰 벨도 흔들고, 가물가물한 가사도 흥얼거려 봅니다.
퍼즐 놀이 삼매경도 펼쳐집니다.
["딩동댕동~ 잘했죠."]
그런데 교구가 특이합니다.
퍼즐, 블럭 모두 유아용입니다.
3년 전까지 어린이집이었기 때문입니다.
[유혜련/요양원장 : "어린이집에서 썼던 물건이에요. 아이들하고 같이 노래 부르면서 썼던 마이크고요."]
많을 땐 100명을 넘기도 했던 원생이 절반 이하로 줄자, 결국 '노치원' 전환을 결정한 겁니다.
[유혜련/요양원장 : "변경할 수 있는 게 요양원밖에는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요양원을 시작하게 됐어요."]
아이들 교실은 침실이 됐고, 야외 놀이터는 어르신을 위한 텃밭이 됐습니다.
이번에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던 놀이터가 주차장으로 바뀐 곳에 와봤습니다.
21년간 쭉 놀이터였지만, 차는 많은데 아이들은 없다며 2년 전 입주민 투표로 결정했습니다.
이곳은 그네가 있던 자리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차량들이 주차돼 있습니다.
[이순재/인근 세탁소 운영 : "그전 같으면 봄에 이렇게 임산부들이 많이 다녔는데 임산부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어린이보호구역이 5백여 곳 줄어든 최근 5년 동안, 노인보호구역은 천6백여 곳 늘었습니다.
그네보다 지팡이가 더 필요해진 인구 구조인 건 맞지만, 그네가 다 사라진 곳에서 아이들이 다시 늘 수 있을까요.
KBS 뉴스 최인영입니다.
촬영기자:고형석 김한빈 허수곤/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박미주 이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