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역대 최대로 기록된 경북 산불 피해의 극복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국민 성금이 천7백억 원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늦어지는 피해 조사로 사용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해 성금이 필요한 피해 주민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서한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3월 산불에 마을 주택 서른 채 중 스무 채가 넘게 탄 의성군의 한 마을, 창고에 농막까지 타버린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어디서부터 다시 일궈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류시국/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 이장 : "의성 지역에서도 제일 피해가 심한 지역이라... 어른들이 지금 임시주택이 조금 좁다 보니까 좀 불편하신 것도 있어요."]
역대급 산불 피해에, 성금도 전국에서 답지했습니다.
재해구호협회와 사랑의열매, 적십자사 등 전국 단위 3개 기관을 통해 모인 성금은 천7백10억 원.
하지만 산불이 난 지 50일이 지나도록 대부분의 주민은 성금을 구경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유권/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 : "국민들이 내주신 성금을 아직 피해자들한테 하나도 돌아오는 건 없거든요. 지원금이 더 들어와야 어떤 계획을 세우고 하는데..."]
이는 피해 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산불 피해 5개 시군이 제출한 인명과 주택 피해 건수는 4천5백 건, 이 가운데 확인된 건 2천5백 건뿐입니다.
지급이 늦어진다는 지적에 행정안전부는 지난주에야,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건당 백만 원씩을 일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모금액의 2% 남짓, 나머지 천6백억 원 넘는 돈은 사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습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음성변조 : "아직 조사가 다 완전히 안 끝났어요. 피해자가 확정이 돼야 하는데 안 된 부분이 있어서 확정 먼저 되신 분들, 그분들 먼저 지원을 하려고 모금 기관에 얘기를 했고..."]
고통을 나누기 위해 쇄도하는 정성이 빛바래지 않도록 재난 행정의 집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한길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