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별한 게 없는 제주의 밭…굴착기로 팠더니 ‘경악’

입력 2025.06.09 (19:11)

수정 2025.06.09 (19:34)

[앵커]

농작물이 자라야 할 밭에서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단일 필지에서 매립된 불법 폐기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추정됩니다.

문준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동그랗게 솟아오른 오름 주변으로 비닐하우스와 농경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경계석으로 둘러싸인 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겉으로 봤을 땐 특이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굴착기로 땅을 파자 잿빛 찌꺼기와 폐석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표면의 흙과 확연하게 차이 납니다.

불법 폐기물이 묻혀 있다고 지목된 장소입니다.

취재진은 지난달 제보를 받고 제주시, 자치경찰단과 함께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묻힌 양이 얼마나 많은지 파도 파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5시간 넘게 현장을 파내고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성인 남성 3명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많은 양의 폐기물이 묻혀 있습니다.

5m가 넘는 깊이로 땅속에 매립됐습니다.

2년 전 항공사진을 확인해 봤습니다.

이곳 1,900㎡ 일대가 폐기물로 추정되는 회색빛 토사로 가득합니다.

면적과 높이로 계산했을 때 매립된 양이 2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단일 필지에서 매립된 불법 폐기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최현영/제주자치경찰단 수사관 : "석재 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폐석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무기성 오니 슬러지(침전물)가 대량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찐득거리는 찌꺼기에선 악취가 진동합니다.

["지금 냄새가, 악취가 굉장히 많이 나거든요."]

현장에서 만난 토지주는 경사진 밭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년 전 지인을 통해 매립 업자를 소개받았는데, 불법 폐기물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주시는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폐기물 분석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2년 넘게 불법 매립이 이어진 것으로 보고, 토지주와 운반 기사 등을 수사해 폐기물의 출처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주변에서 나무를 무단으로 자르고, 불법으로 토사를 쌓아 올린 흔적도 확인해 산지관리법과 국토계획법 위반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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