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상호 관세 서한을 보낸 바로 다음 날,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도 꺼냈습니다.
100억 달러, 지금보다 아홉 배 정도 더 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워싱턴 김경수 특파원의 보도 먼저 보시고, 현지를 연결해서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미국이 수십 년 동안 모든 나라에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며 자신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더니 갑자기 한국을 언급했습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너무 적게 내고 있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미국은 한국을 재건했고, 그곳에 남았습니다. 거기까진 괜찮아요. 그런데, 한국은 우리의 군사 지원에 대해서 아주 적은 돈만 지불합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집권 1기 때, 1년에 100억 달러를 내라고 한국에 요구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줄곧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주장했던 금액입니다.
100억 달러, 13조 7천억 원이면 내년도에 지불하기로 한미간에 책정돼 있는 돈의 9배 정도에 해당합니다.
트럼프는 또, 한국이 자체적으로 국방비를 더 써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잘 살고 있으니 그들의 군사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내총생산의 5%까지 국방비를 올리라고 나토에 요구했듯, 한국에게도 국방 예산 증액을 압박하는 겁니다.
트럼프는 2만 8천 5백 명인 주한미군 숫자를 4만 5천 명이라고 또 틀리게 말했습니다.
실수가 아니라면, 주둔비용을 더 올리기 위한 의도일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방위비 협정을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와 체결했는데, 이 협정이 유효하고,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워싱턴 김경수 특파원 연결돼 있습니다.
김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서한 다음에 곧바로 방위비 발언을 했습니다.
의도가 있는 거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아름답고 효율적인 절차'라고 했던,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하겠단 뜻으로 읽힙니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 산업 협력, 또 안보 문제까지,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하겠단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추가 3주의 협상이 시작되는 시점, 또 우리 대표단이 미국에 있는 시점에 나왔습니다.
방위비나 분담금 같은 '안보 청구서'를 지렛대로, 쇠고기 수입 규제, 플랫폼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에서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우리로선 참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여기에 더해서 반도체 관세 얘기도 했다고요.
[기자]
네, 상호 관세와는 별개로, 수입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했습니다.
아직 관세율이나 부과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이르면 이달 말 발표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의 대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07억 달러로, 자동차와 함께 주력 수출 품목입니다.
관세율이 얼마가 되든 부과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이미 25%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요.
우리 목표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철강 등의 품목별 관세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겁니다.
미국은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란 입장으로 전해졌는데, 여기에 반도체까지 더해진다면 우리의 협상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박준석/영상편집:이웅/자료조사:김시온 백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