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두 ‘키맨’ 베센트-러트닉, 공략법? [뉴스in뉴스]

입력 2025.07.30 (12:40)

수정 2025.07.30 (13:06)

[앵커]

이번 대미 협상의 두 '키맨'이죠.

즉 트럼프 행정부 핵심 경제 관료인 미 재무, 상무 장관의 존재감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협상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고, 또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국제부 양민효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핵심 키맨,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러트닉 상무장관이죠?

관세 협상에서 역할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의 경제수장 '투톱' 이 재무, 상무 장관이죠.

지금까지 관세 협상의 흐름을 보면, 두 핵심 키맨의 역할이 겹쳐지는 듯하면서도 다릅니다.

사실 재무장관은 연방 예산이나 조세, 또 국가 부채를 관리하고요.

상무장관이 관세 부과나 수출입 제한, 무역정책을 총괄하는데요.

당초 무역 협상을 주도하는 무역대표부도 상무장관이 관할하게 돼 있습니다.

원래는 백악관 직속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러트닉 상무장관을 지명하면서 무역대표부 관할 권한까지 줬습니다.

[앵커]

그럼 협상에서 무역대표부 그리어 대표나, 러트닉 장관이 핵심일 거 같은데, 어제 구윤철 부총리 말 들어보면 베센트 장관과의 담판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잖아요?

[기자]

우리 측과 협상 상대가 그렇게 돼 있지만, 두 장관 다, 핵심은 맞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각자 역할 차이가 있어 보이죠.

트럼프 행정부의 1순위 목표, 재정 적자 감축이잖아요.

관세 부과를 통한 미국의 적자 해소, 여기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무역 협상에서도 재무장관이 부각되는 거죠.

두 사람은 모두 뉴욕 월가 출신인데, 통상 전문가는 아닙니다.

러트닉은 금융투자회사, 베센트는 헤지펀드사 CEO였고요.

모두 억만장자인데, 자산은 러트닉이 훨씬 많습니다.

러트닉은 트럼프식 협상, 즉 최대 압박으로 양보를 얻는 거래를 중요시합니다.

화법도 트럼프처럼 직접적이고, 때론 극단적이고요.

반면 베센트는 냉정한 실용주의자로 불립니다.

조건을 주고받으면서 기술적으로 거래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거죠.

당초 베센트, 러트닉 두 사람은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미 언론이 '추악한 싸움을 벌였다'고 할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결국 트럼프가 베센트에게 재무장관을 맡겼지만, 러트닉은 각료 중 '가장 트럼프스러운 인물' 로 꼽힐 정도거든요.

머스크를 영입하고, 72억 원짜리 이주권 '골드 카드' 아이디어를 낸 것도 러트닉입니다.

결정적으로 둘의 역할이 갈린 건 지난 4월 상호 관세 발표 때로 평가됩니다.

[앵커]

그때 미국, 또 세계 시장 충격파가 컸었죠?

두 장관 역할이 어떻게 갈린 겁니까?

[기자]

당시 화면 함께 보시죠.

미국 '해방의 날'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발표할 때 옆에 있던 사람, 러트닉 장관입니다.

저 관세 차트도 러트닉이 준비했다고 하고요.

하지만 미 주가에 국채 가격까지 폭락하는 역풍을 맞았죠.

트럼프가 러트닉에게 '수습'을 맡기는데, 이게 더 화근이 됩니다.

[하워드 러트닉/미국 상무장관/상호 관세 발표 뒤/4월 : "(상호 관세 효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작은 나사를 조여 아이폰을 만드는, 그런 종류의 일이 미국으로 올 것입니다."]

설화로 협상 상대국에, 지지층까지 반발을 사자, 결국 관세 유예로 수습한 건 베센트였다고 합니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4월 상호 관세 유예 발표 : "우리는 보복하지 않는 동맹국, 무역 상대와 협력할 의향이 있습니다. (상호 관세는) 강한 메시지가 아니었습니다. 보복하지 마세요. 상황이 좋아질 것입니다."]

당시 영국 BBC는 '굿캅, 배드캅' 즉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로 칭하면서 '베센트가 좋은 경찰로 세계 무역전쟁 발발 직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러트닉은 나쁜 경찰로, 백악관 역학 관계에서 밀려났다'고 짚었습니다.

[앵커]

그럼 이번 협상은 어땠습니까?

역시 베센트가 '굿캅', 러트닉이 '배드캅'인가요?

[기자]

사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관세를 떠안아야 하는 나라들 입장에선, 두 명 다 배드캅, 악역이죠.

실무는 주로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가, 마무리는 베센트 장관이 맡는 모습입니다.

협상 초점도 러트닉은 무역 불균형 해소에, 베센트는 중장기 투자와 기술 협력에 맞춰져 있다고 하고요.

맞보복을 다짐했던 중국, 유럽연합과의 협상엔 베센트가, 다른 나라들은 러트닉이 주로 나섰습니다.

실제 일본 경제상은 트럼프 면담을 앞두고 러트닉 장관 집에서 3시간 동안 예행연습까지 한 걸로 전해집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협상용 카드를 조금씩 잘라라', '그것 대신 이것을 달라'라고 해라, 면서 구체적으로 조언했다고 합니다.

미 뉴요커는 러트닉이 '매일 새벽 1시에 트럼프와 통화한다' 면서 '자신이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협상장에서 매우 공격적인 만큼, 러트닉으로 하여금 '상대가 굴복했다'고 믿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앵커]

정말 트럼프와 비슷하네요.

베센트 장관은 어떻습니까?

[기자]

러트닉 장관이 일본에 마치 '일타 강사'처럼 합격 비법을 찍어줬다면, 베센트 인터뷰를 보면요, 미국이 원하는 협상의 큰 틀을 힌트처럼 제시합니다.

한 번 볼까요.

[스콧 베센트/미국 재무장관/미-EU 협상 직전 : "미국은 적자국이고 유럽연합은 흑자국이죠.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 간에도 크고 아름다운 '균형 재조정'의 잠재력이 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미-EU 협상 당시 : "(무역 협상이) 공정성 면에서 '균형 재조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유럽연합은 흑자이고 미국은 적자이니 이를 재조정해야 합니다."]

리밸런싱, 즉 적자국과 흑자국 간 불균형 조정, 이란 베센트의 키워드를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한 폰데어라이엔 유럽 집행위원장이 그대로 반복하죠.

그럼에도, 결국 제일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인데요.

트럼프 의중이 어떤지, 두 키맨 장관 중에 누가 더 트럼프의 '복심'인지는 몰라도, 최종 협상 카드를 위한 공략 포인트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단판 승부가 아니잖아요.

일본과 EU도, 우리보다 먼저 합의를 발표하긴 했지만 계속 뒷말이 나오고 있고요.

관세 데드라인이 임박했지만, '양질의 협상이 중요하다'는 베센트, '마감일을 지키겠지만 그 이후에도 협상은 계속될 것' 이라고 한 러트닉 장관의 말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편집:양의정 김은주 이재연/그래픽:유건수/자료조사:김시온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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