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료사고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사고를 적절히 중지할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이 방어진료와 과잉검사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실태와 문제점을 김성완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산부인과입니다.
산모는 단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 산부인과에서는 아기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자: 여기에서는 분만은 안 해요?
⊙산부인과 간호사: 네.
⊙기자: 분만 안 해요?
⊙산부인과 간호사: 네.
⊙기자: 그러면 주로 어떤 환자들이 와요?
⊙산부인과 간호사: 외래 진료 환자죠.
출혈이 좀 있다든가...
⊙기자: 서울 강남 지역의 다른 산부인과.
분만실은 폐쇄된 지 오래입니다.
입원실에는 곰팡이까지 끼어 있습니다.
분만에 필요한 기구들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비상계단에 쌓여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미 전국 산부인과의 3분의 1 이상이 분만실을 폐쇄했습니다.
조만간 분만실 문을 닫겠다는 경우도 나머지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산부인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만실이 이처럼 사라져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의료분쟁에 대한 의사들의 두려움 때문입니다.
의료사고는 최근 들어 해마다 30% 이상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5000건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준호(산부인과 개원의 협의회장): 예를 들어 2억, 3억 이렇게 보상을 해 준다고 그러면 뭘 가지고 의사가 살 수 있느냐 이거예요.
⊙조윤희(산부인과 전문의): 가족한테도 협박이 들어와요.
나는 너희 딸이 무슨 학교 다니는지 알고 있다...
분만을 안 함으로써 그런 걸로부터 해방되겠다는 거죠, 결국...
⊙기자: 척추가 190도 휜 척추측만증 환자의 X-레이 사진입니다.
이런 환자들을 수술해야 하는 정형외과 의사들도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이춘성(서울 중앙병원 정형외과): 선진국의 경우는 완벽한 의료사고 보험제도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사실 현실적으로 전무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저희 심정은 꼭 무슨 공중에서 외줄타기를 하는데 아무런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외줄타기하는 기분이고...
⊙기자: 의료사고가 급증하면서 의료사고를 경험했다는 의료사고가 전체에 반이 넘습니다.
의료사고에 대비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은 소극적인 방어진료를 하거나 불필요한 검사까지 환자에게 요구하게 됩니다.
⊙신현호(의료전문 변호사): 환자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고, 의사도 안정적인 의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결국은 그런 위험분산제도, 그리고 충분한 보험급여제도, 이게 확보가 되어야 돼요.
⊙기자: 의료사고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배상 보험이나 분쟁조정법 등 제도적인 장치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KBS뉴스 김성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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