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공무원 낯 뜨거운 ‘고질병’

입력 2006.05.29 (22:15) 수정 2006.06.0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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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무원들이 시간외 수당을 타 내기 위해 퇴근후 밤늦게 직장에 다시 나와, 퇴근시간을 입력하고 가는 현장이 KBS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정확한 출퇴근 관리를 위해 설치한 지문인식기와 ID카드가 악용되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장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밤 11시 충남지방경찰청 주차장에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섭니다.

운동복 차림의 남자가 현관문 안쪽 지문인식기에 번호를 입력하고 곧바로 되돌아갑니다.

이번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남자가 동료 한 명과 또 지문인식기에 손을 댑니다.

곧이어 또 술 취한 사람이 청사로 들어가려다 황급히 달아납니다.

<녹취> 충남지방경찰청 직원 : "(퇴근하러 다시 오신 거에요? 왔다 가셨잖아요?) 왔다 갔었죠. 뭐..직원들 왔다고 해서요."

현관 바로 옆 당직실에 근무자 2명이 있지만 이 같은 행위를 모른 채하고 있습니다.

<녹취> 당직 근무자 :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만 통제하는 거죠. 직원들인데 일하고 와서 찍는 줄 알죠."

자정이 가까운 시각 충남도청, 대부분의 사무실에 불이 꺼져 있지만 현관 앞에는 차량 두세 대가 서있고 직원 7-8명이 들락거립니다.

<녹취> 충남도청 공무원 : "(지금 퇴근하러 오신거예요?) 아니요,아니요."

당직자가 황급히 직원들을 돌려보냅니다.

<녹취> 당직 근무자 : "(차 잠깐 세워놓고 여기 들어왔다 퇴근하는 게 눈에 다 보이는데 왜 거짓말하세요?) 부하직원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엔 밤 11시가 넘은 시간의 대전시청 주차장, 승용차가 잇따라 한쪽 출입구로 들어와 곧바로 다른 쪽 출입구로 빠져나갑니다.

주차요금 징수대에 설치된 출퇴근 입력기에 ID카드로 퇴근기록을 입력하고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심지어 가족까지 동원해 퇴근시간을 입력하는 공무원도 있습니다.

<녹취> 대전시청 공무원 가족 : "(여기 찍으셨잖아요?) 안 찍었어요,나는 직장도 안다니는 사람인데 언젠가도 여기 왔더니 돈을 받더라구요. 내가 시간이 12시 넘었나 한번 찍어본 거에요."

하지만, 대전시청 주차장은 저녁 6시 이후엔 무료로 개방돼 주차증 없이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확인결과 이 기계는 정기주차인식표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밤 시간대 직원들의 퇴근 입력기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간외수당 타내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공무원들은 말합니다.

<녹취> 공무원 : "집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죠? 좀 심하긴 심해요."

최근 감사원이 밝혀낸 공무원의 허위 시간외수당 지급액은 확인된 것만 9백52억 원에 이릅니다.

이는 표본조사를 통해 2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드러난 결과로 실제 빼돌려진 액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 추적 박장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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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공무원 낯 뜨거운 ‘고질병’
    • 입력 2006-05-29 21:28:04
    • 수정2006-06-01 15: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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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무원들이 시간외 수당을 타 내기 위해 퇴근후 밤늦게 직장에 다시 나와, 퇴근시간을 입력하고 가는 현장이 KBS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정확한 출퇴근 관리를 위해 설치한 지문인식기와 ID카드가 악용되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장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밤 11시 충남지방경찰청 주차장에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섭니다. 운동복 차림의 남자가 현관문 안쪽 지문인식기에 번호를 입력하고 곧바로 되돌아갑니다. 이번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남자가 동료 한 명과 또 지문인식기에 손을 댑니다. 곧이어 또 술 취한 사람이 청사로 들어가려다 황급히 달아납니다. <녹취> 충남지방경찰청 직원 : "(퇴근하러 다시 오신 거에요? 왔다 가셨잖아요?) 왔다 갔었죠. 뭐..직원들 왔다고 해서요." 현관 바로 옆 당직실에 근무자 2명이 있지만 이 같은 행위를 모른 채하고 있습니다. <녹취> 당직 근무자 :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만 통제하는 거죠. 직원들인데 일하고 와서 찍는 줄 알죠." 자정이 가까운 시각 충남도청, 대부분의 사무실에 불이 꺼져 있지만 현관 앞에는 차량 두세 대가 서있고 직원 7-8명이 들락거립니다. <녹취> 충남도청 공무원 : "(지금 퇴근하러 오신거예요?) 아니요,아니요." 당직자가 황급히 직원들을 돌려보냅니다. <녹취> 당직 근무자 : "(차 잠깐 세워놓고 여기 들어왔다 퇴근하는 게 눈에 다 보이는데 왜 거짓말하세요?) 부하직원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엔 밤 11시가 넘은 시간의 대전시청 주차장, 승용차가 잇따라 한쪽 출입구로 들어와 곧바로 다른 쪽 출입구로 빠져나갑니다. 주차요금 징수대에 설치된 출퇴근 입력기에 ID카드로 퇴근기록을 입력하고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심지어 가족까지 동원해 퇴근시간을 입력하는 공무원도 있습니다. <녹취> 대전시청 공무원 가족 : "(여기 찍으셨잖아요?) 안 찍었어요,나는 직장도 안다니는 사람인데 언젠가도 여기 왔더니 돈을 받더라구요. 내가 시간이 12시 넘었나 한번 찍어본 거에요." 하지만, 대전시청 주차장은 저녁 6시 이후엔 무료로 개방돼 주차증 없이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확인결과 이 기계는 정기주차인식표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밤 시간대 직원들의 퇴근 입력기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간외수당 타내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공무원들은 말합니다. <녹취> 공무원 : "집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죠? 좀 심하긴 심해요." 최근 감사원이 밝혀낸 공무원의 허위 시간외수당 지급액은 확인된 것만 9백52억 원에 이릅니다. 이는 표본조사를 통해 2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드러난 결과로 실제 빼돌려진 액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 추적 박장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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