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실적 채우기 급급

입력 2006.08.03 (22:06) 수정 2006.08.0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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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학계에서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 무임승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교수들의 실적평가가 논문 편수만 따지는 계량 일변도라는데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논문 부조리를 짚어보는 연속기획, 오늘은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현실을 김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서울의 두 대학에서 10명의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했습니다.

이유는 연구실적 미달, 정해진 논문 편수를 채우지 못해 재임용에서 탈락하기는 극히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터뷰> 대학 교수 :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기 때문에 논문이 부족해서 승진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편입니다."

한 대학의 교수 실적 평가기준입니다.

4년 단위로 평가되는 조교수 재임용 기준은 600점, 적어도 논문 6편을 작성해야 하는 등 만만찮은 부담이지만 이를 못 채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표절이나 중복 게재, 쪼개기 등 논문 부조리가 계속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종구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 "논문 대량생산, 편법유혹 받을 수 밖에..."

연구에 기여 없이 논문에 이름만 올리는 무임승차도 계량평가의 후유증, 공저의 경우 대략 70%, 3인 공저도 50%로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품앗이처럼 교수 동료끼리, 특히 선배가 후배 논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인터뷰> 백태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 "기여도 없이 이름을 올린다던가 다른 형태로 비슷한 논문을 양산한다던가 이런 압박을 받아서 그런 실태가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교수들이 논문 숫자에 매달리기 시작하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연구의욕을 높인다며 논문 수에 연구비와 승진 등을 연계했기 때문입니다.

계량 평가 일변도에서 비롯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적 평가를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학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호완 (서울대 교수협의회장) : "전국 규모 학술지만 인정하고, 국내외 전문가 집단의 평가 병행하게 되면..."

대학사회에 계량평가가 도입된지 10여년, 질이 아닌 물량 숭배의 폐해는 학문의 국가경쟁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어 이젠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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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 실적 채우기 급급
    • 입력 2006-08-03 21:15:06
    • 수정2006-08-03 22: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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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학계에서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 무임승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교수들의 실적평가가 논문 편수만 따지는 계량 일변도라는데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논문 부조리를 짚어보는 연속기획, 오늘은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현실을 김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서울의 두 대학에서 10명의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했습니다. 이유는 연구실적 미달, 정해진 논문 편수를 채우지 못해 재임용에서 탈락하기는 극히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터뷰> 대학 교수 :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기 때문에 논문이 부족해서 승진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편입니다." 한 대학의 교수 실적 평가기준입니다. 4년 단위로 평가되는 조교수 재임용 기준은 600점, 적어도 논문 6편을 작성해야 하는 등 만만찮은 부담이지만 이를 못 채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표절이나 중복 게재, 쪼개기 등 논문 부조리가 계속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종구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 "논문 대량생산, 편법유혹 받을 수 밖에..." 연구에 기여 없이 논문에 이름만 올리는 무임승차도 계량평가의 후유증, 공저의 경우 대략 70%, 3인 공저도 50%로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품앗이처럼 교수 동료끼리, 특히 선배가 후배 논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인터뷰> 백태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 "기여도 없이 이름을 올린다던가 다른 형태로 비슷한 논문을 양산한다던가 이런 압박을 받아서 그런 실태가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교수들이 논문 숫자에 매달리기 시작하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연구의욕을 높인다며 논문 수에 연구비와 승진 등을 연계했기 때문입니다. 계량 평가 일변도에서 비롯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적 평가를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학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호완 (서울대 교수협의회장) : "전국 규모 학술지만 인정하고, 국내외 전문가 집단의 평가 병행하게 되면..." 대학사회에 계량평가가 도입된지 10여년, 질이 아닌 물량 숭배의 폐해는 학문의 국가경쟁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어 이젠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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