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세대’…진갑 맞은 해방둥이

입력 2006.08.1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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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들, 올해로 이제 진갑을 맞았습니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현대사의 산증인 해방둥이의 삶을 박진영 기자가 되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온 나라가 '만세'의 함성으로 뒤덮였던 1945년 8월 15일.

바로 그날 서사현 씨는, 충북 진천에서 가난한 포목장수의 8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납니다.

<인터뷰>서사현/해방둥이(1945.8.15 출생) : "어렸을 때는 어린 마음에 진천 군수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5살 때 터진 한국전쟁...

3년 만에 포성은 멎었지만, 그때부터는 '가난'과의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됩니다.

8남매 중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은 서 씨가 유일했습니다.

<인터뷰>서사현/해방둥이(1945.8.15 출생) : "대표로 하나만 공부시키는 때였으니까.. 형님이 공부를 좋아하셨더라면 저도 공부 못 했을 거에요"

1965년 시작한 대학 생활은 최루탄 냄새로 얼룩졌습니다.

한일협정 반대로 촉발된 각종 시위로 학교보다는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고시합격에 이은 30여년 간의 공직 생활, 지금은 백화점 CEO의 길을 걸으면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인터뷰>서사현/해방둥이(1945.8.15 출생) : "정리해 보면 격동의 세대고 2천년 정도가 압축된 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해방둥이 허창구 씨가 대장간 일을 시작한 것은 단지 배가 고파서였습니다.

홀어머니마저 돌아가신 초등학교 1학년, 허 씨는 배불리 밥을 먹여준다는 말에 12살 나이에 읍내 대장간으로 들어갑니다.

<인터뷰> 허창구/해방둥이(1945.3.5 출생) : "공부할 처지도 못되고 밥만 많이 준다고 하면 어디나 가서 일할 때였어요"

가난 탓에 시작한 대장장이 생활, 군대 생활 3년을 빼놓고는 46년을 내리 쇠붙이와 씨름해 왔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낫과 호미를 만들 정도로 쇠불이를 다루는 데 있어선 최고 경지에 오른 장인 허 씨.

일손을 놓을 시간이 다가오지만, 기술을 물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인터뷰> 허창구/해방둥이(1945.3.5 출생) : "기술은 똑같은 것 같지만, 노하우가 다 틀리죠. 가르쳐 주고는 싶은데... 안타까워요"

올해 진갑을 맞는 해방둥이는 30여만 명.

가난과 전쟁, 독재 그리고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모두 겪으며 우리의 현대사를 만들어 온 이들도 이제는 격동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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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동의 세대’…진갑 맞은 해방둥이
    • 입력 2006-08-15 20:20:44
    뉴스타임
<앵커 멘트>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들, 올해로 이제 진갑을 맞았습니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현대사의 산증인 해방둥이의 삶을 박진영 기자가 되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온 나라가 '만세'의 함성으로 뒤덮였던 1945년 8월 15일. 바로 그날 서사현 씨는, 충북 진천에서 가난한 포목장수의 8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납니다. <인터뷰>서사현/해방둥이(1945.8.15 출생) : "어렸을 때는 어린 마음에 진천 군수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5살 때 터진 한국전쟁... 3년 만에 포성은 멎었지만, 그때부터는 '가난'과의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됩니다. 8남매 중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은 서 씨가 유일했습니다. <인터뷰>서사현/해방둥이(1945.8.15 출생) : "대표로 하나만 공부시키는 때였으니까.. 형님이 공부를 좋아하셨더라면 저도 공부 못 했을 거에요" 1965년 시작한 대학 생활은 최루탄 냄새로 얼룩졌습니다. 한일협정 반대로 촉발된 각종 시위로 학교보다는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고시합격에 이은 30여년 간의 공직 생활, 지금은 백화점 CEO의 길을 걸으면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인터뷰>서사현/해방둥이(1945.8.15 출생) : "정리해 보면 격동의 세대고 2천년 정도가 압축된 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해방둥이 허창구 씨가 대장간 일을 시작한 것은 단지 배가 고파서였습니다. 홀어머니마저 돌아가신 초등학교 1학년, 허 씨는 배불리 밥을 먹여준다는 말에 12살 나이에 읍내 대장간으로 들어갑니다. <인터뷰> 허창구/해방둥이(1945.3.5 출생) : "공부할 처지도 못되고 밥만 많이 준다고 하면 어디나 가서 일할 때였어요" 가난 탓에 시작한 대장장이 생활, 군대 생활 3년을 빼놓고는 46년을 내리 쇠붙이와 씨름해 왔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낫과 호미를 만들 정도로 쇠불이를 다루는 데 있어선 최고 경지에 오른 장인 허 씨. 일손을 놓을 시간이 다가오지만, 기술을 물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인터뷰> 허창구/해방둥이(1945.3.5 출생) : "기술은 똑같은 것 같지만, 노하우가 다 틀리죠. 가르쳐 주고는 싶은데... 안타까워요" 올해 진갑을 맞는 해방둥이는 30여만 명. 가난과 전쟁, 독재 그리고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모두 겪으며 우리의 현대사를 만들어 온 이들도 이제는 격동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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