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표류하는 ‘경제자유구역’

입력 2006.12.11 (22:12) 수정 2006.12.1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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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경제의 새 활력을 찾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각종 규제와 지원 부재속에 사실상 표류하고 있습니다.

오늘 심층취재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의 현실과 과제를 자세히 짚어봅니다.

최대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바다를 메워 만든 여의도 면적의 18배나 되는 땅에 들어설 송도 국제도시입니다.

오는 2020년까지 업무와 주거시설이 어우러진 싱가포르 형 국제도시를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이곳에 건축 중인 64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분양 당시 최대 1억 원까지 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어쩐 일인지 7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모두 외국인 전용 물량입니다.

<인터뷰>인근 부동산 중개업자 :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이 없기 때문에 종사자가 없기 때문에 분양이 안 되는거죠."

현재 이곳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는 147억 달러로 2년간의 실적치곤 괜찮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도시건설과 기반시설 공사에 쓸 돈이 전체 금액의 98%를 차지하는 반면 실제 입주를 약속한 기업은 단 두 곳에 투자금액은 3억 달러에 그칩니다.

이 와중에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와야 할 투자 본부장 자리는 두 달 넘게 공석입니다.

<인터뷰>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 : "뭐 상당히 중요한 위치인 거는 사실이죠, 얼마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외국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행정절차입니다.

경제자유구역 운영을 놓고 벌이는 중앙과 지자체 간 갈등 속에 정작 외국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 경제자유구역청엔 권한이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투자 결정 때마다 최대 7곳이나 되는 부처를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탓에 원스톱 서비스는 꿈도 못 꿉니다.

<인터뷰>존 하인즈(게일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 "많은 외국인 인식하는 것처럼 이런 원스톱 서비스의 향상이 나중에 이뤄져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절차는 복잡한데 혜택은 적은 점도 투자 유치에 걸림돌입니다.

송도는 외국기업이 투자할 경우 제조와 물류, 관광업 등만 법인세 등을 깎아주지만, 경쟁자인 중국 푸둥은 모든 외국인 투자자가 혜택을 받습니다.

<인터뷰>이환균(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 "싱가포르는 세제 혜택을 10년 준다는데 한국은 그렇게 줄 수 없냐? 이런 걸 물어봅니다. 그럴 때 우리가 상당히 당황스럽고..."

진입을 주저하기는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집니다.

지원의 차이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경제자유구역과 산업단지의 경계 지역입니다. 눈으로 보면 두 지역을 구분해주는 표시는 없지만, 두 지역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산업단지의 경우 도로와 상, 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모두 국비로 지어주지만, 경제자유구역은 도로에 한해 그나마 최대 절반만 지원해 줍니다.

<인터뷰>장수만(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 "저희가 혼자 나갈 때하고 우리 대기업이 함께 나갈 때하고는 사람들이 모이는 정도 호응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독자적인 예산권과, 원스톱 행정서비스가 가능한 특별자치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지자체의 반발을 의식해 지자체가 특별자치제 도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타협안을 내놓았습니다.

<인터뷰>오정규(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 위원회 지원국장) : "기본적으로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는 내 권한을 일부라도 주는 것은 마땅치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반 외자 정서를 누그러뜨리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외국 투자자를 움츠리게 합니다.

<인터뷰>토머스 허버드(前 주한미국 대사) : "우리 정부와 지도자들이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경영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 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의 의지로는 얽히고 설킨 문제를 풀기 힘들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전일수(인천대학교 물류대학원 교수) : "이 경제 자유 구역의 성공이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시금석이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푸둥이나 두바이 같은 경쟁도시들이 날개를 달고 뜀박질을 하는 동안 우리 경제자유구역은 손, 발이 묶인 채 걸음마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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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12-11 21:32:18
    • 수정2006-12-11 22: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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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경제의 새 활력을 찾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각종 규제와 지원 부재속에 사실상 표류하고 있습니다. 오늘 심층취재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의 현실과 과제를 자세히 짚어봅니다. 최대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바다를 메워 만든 여의도 면적의 18배나 되는 땅에 들어설 송도 국제도시입니다. 오는 2020년까지 업무와 주거시설이 어우러진 싱가포르 형 국제도시를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이곳에 건축 중인 64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분양 당시 최대 1억 원까지 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어쩐 일인지 7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모두 외국인 전용 물량입니다. <인터뷰>인근 부동산 중개업자 :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이 없기 때문에 종사자가 없기 때문에 분양이 안 되는거죠." 현재 이곳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는 147억 달러로 2년간의 실적치곤 괜찮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도시건설과 기반시설 공사에 쓸 돈이 전체 금액의 98%를 차지하는 반면 실제 입주를 약속한 기업은 단 두 곳에 투자금액은 3억 달러에 그칩니다. 이 와중에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와야 할 투자 본부장 자리는 두 달 넘게 공석입니다. <인터뷰>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 : "뭐 상당히 중요한 위치인 거는 사실이죠, 얼마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외국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행정절차입니다. 경제자유구역 운영을 놓고 벌이는 중앙과 지자체 간 갈등 속에 정작 외국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 경제자유구역청엔 권한이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투자 결정 때마다 최대 7곳이나 되는 부처를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탓에 원스톱 서비스는 꿈도 못 꿉니다. <인터뷰>존 하인즈(게일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 "많은 외국인 인식하는 것처럼 이런 원스톱 서비스의 향상이 나중에 이뤄져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절차는 복잡한데 혜택은 적은 점도 투자 유치에 걸림돌입니다. 송도는 외국기업이 투자할 경우 제조와 물류, 관광업 등만 법인세 등을 깎아주지만, 경쟁자인 중국 푸둥은 모든 외국인 투자자가 혜택을 받습니다. <인터뷰>이환균(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 "싱가포르는 세제 혜택을 10년 준다는데 한국은 그렇게 줄 수 없냐? 이런 걸 물어봅니다. 그럴 때 우리가 상당히 당황스럽고..." 진입을 주저하기는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집니다. 지원의 차이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경제자유구역과 산업단지의 경계 지역입니다. 눈으로 보면 두 지역을 구분해주는 표시는 없지만, 두 지역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산업단지의 경우 도로와 상, 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모두 국비로 지어주지만, 경제자유구역은 도로에 한해 그나마 최대 절반만 지원해 줍니다. <인터뷰>장수만(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 "저희가 혼자 나갈 때하고 우리 대기업이 함께 나갈 때하고는 사람들이 모이는 정도 호응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독자적인 예산권과, 원스톱 행정서비스가 가능한 특별자치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지자체의 반발을 의식해 지자체가 특별자치제 도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타협안을 내놓았습니다. <인터뷰>오정규(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 위원회 지원국장) : "기본적으로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는 내 권한을 일부라도 주는 것은 마땅치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반 외자 정서를 누그러뜨리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외국 투자자를 움츠리게 합니다. <인터뷰>토머스 허버드(前 주한미국 대사) : "우리 정부와 지도자들이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경영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 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의 의지로는 얽히고 설킨 문제를 풀기 힘들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전일수(인천대학교 물류대학원 교수) : "이 경제 자유 구역의 성공이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시금석이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푸둥이나 두바이 같은 경쟁도시들이 날개를 달고 뜀박질을 하는 동안 우리 경제자유구역은 손, 발이 묶인 채 걸음마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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