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AI 평시 대응체계 구축 시급

입력 2006.12.20 (22:12) 수정 2006.12.2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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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북 익산과 김제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AI가 일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내년 봄까지는 안심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언제든지 AI가 발병 할 가능성이 높아진 우리나라 현재와 같은 대응으로는 사후처리에 급급할 수 밖에 없습니다. 평상시 대응체계 어떻게 갖춰야 할지 이수연기자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2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한 전북 익산시 함열읍.

발생 농장에서 3킬로미터까지 닭이나 오리의 매몰 처리가 마무리되고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일대는 긴장 상탭니다.

<인터뷰> 이복현 (익산시 함열읍): "팔 데가 없습니다. 지금 누가 함열 닭 이라고 하면 사 가지도 않고 가져갈 사람이 없는데 어떡합니까."

2003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조류 인플루엔자.

대처는 허점투성이였습니다.

첫 발생 농가에서 닭이 폐사해 지방 대학에 검사를 의뢰한 것이 17일.

진단 결과는 뉴캐슬병이었습니다.

급기야 닷새 뒤, 농장주가 폐사한 닭을 싣고 경기도 안양까지 찾아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각 시군에는 AI를 판별하는 시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가축 질병 전문 인력이 한두 명에 불과하거나 아예 방역과를 없애버린 곳도 있습니다.

<인터뷰>심순택 (익산 농가 AI비상대책위원장): "이 중요한, 진짜 천재와 같은 질병을 이 지역에서는 도저히 예찰도 하지 못하고 단 하나밖에 없는 안양의 수의과학연구소 에서만이 진단을 하고 결과를 통보해줘야 하는 시스템, 이것이 잘못됐다는 거죠."

그렇다면, 행정조직 바깥, 민간 부문에는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

윤호식 원장은 닭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양계 수의삽니다.

전국적으로 이런 양계수의사가 80여 명 활동중이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국가 방역체계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긴급하게 대처할 현장 인력이 없다는 얘깁니다.

양계 수의사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빨리 현장에서 대처하도록 하고 감염 가능성이 큰 수의사에 대한 관리까지 하는 선진국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윤호식 (양계 수의사): "현장의 농가와 밀접하게 관계돼 있는수의사들이 빠져있기 때문에 한 단계 늦어지는, 정보라든지 일처리 능력이라든지 미진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연구 체계도 차이가 현격합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조차 조류 인플루엔자 연구원은 단 3명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독립된 전문연구기관을 갖췄을 뿐 아니라, 이미 10년 전부터 시베리아 현지까지 인력을 파견해 철새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AI 와 같은 국가 재난형 질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진단 부분에 있어서의 종합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부서가 아직은 미흡한 상태로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는 질병이 발생하고 난 뒤에 차량 통제나 가축 매몰 등 사후처리에 급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뒤를 쫓아가는 방역에만 힘쓸 게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에 기반한 평시 대응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가축과 사람 모두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다 워낙 변이를 잘 일으키는 만큼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선중 (서울대 수의과학대학 교수): "변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하고 조사를 할 수 있는 그런 기구는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이와 함께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발병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해서 후진국의 방역에 참여하는 등 협력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인터뷰>줄리오 코르테스 (유엔 식량농업기구 역학전문가): "이 질병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은 이미 감염된 나라와 더욱 협력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닌 조류 인플루엔자.

농장 위생을 책임지고 있는 농장주의 철저한 방역 의식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닭을 빽빽하게 기르는 열악한 양계환경을 개선해야만 AI의 일상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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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AI 평시 대응체계 구축 시급
    • 입력 2006-12-20 21:24:55
    • 수정2006-12-20 22: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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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북 익산과 김제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AI가 일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내년 봄까지는 안심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언제든지 AI가 발병 할 가능성이 높아진 우리나라 현재와 같은 대응으로는 사후처리에 급급할 수 밖에 없습니다. 평상시 대응체계 어떻게 갖춰야 할지 이수연기자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2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한 전북 익산시 함열읍. 발생 농장에서 3킬로미터까지 닭이나 오리의 매몰 처리가 마무리되고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일대는 긴장 상탭니다. <인터뷰> 이복현 (익산시 함열읍): "팔 데가 없습니다. 지금 누가 함열 닭 이라고 하면 사 가지도 않고 가져갈 사람이 없는데 어떡합니까." 2003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조류 인플루엔자. 대처는 허점투성이였습니다. 첫 발생 농가에서 닭이 폐사해 지방 대학에 검사를 의뢰한 것이 17일. 진단 결과는 뉴캐슬병이었습니다. 급기야 닷새 뒤, 농장주가 폐사한 닭을 싣고 경기도 안양까지 찾아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각 시군에는 AI를 판별하는 시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가축 질병 전문 인력이 한두 명에 불과하거나 아예 방역과를 없애버린 곳도 있습니다. <인터뷰>심순택 (익산 농가 AI비상대책위원장): "이 중요한, 진짜 천재와 같은 질병을 이 지역에서는 도저히 예찰도 하지 못하고 단 하나밖에 없는 안양의 수의과학연구소 에서만이 진단을 하고 결과를 통보해줘야 하는 시스템, 이것이 잘못됐다는 거죠." 그렇다면, 행정조직 바깥, 민간 부문에는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 윤호식 원장은 닭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양계 수의삽니다. 전국적으로 이런 양계수의사가 80여 명 활동중이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국가 방역체계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긴급하게 대처할 현장 인력이 없다는 얘깁니다. 양계 수의사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빨리 현장에서 대처하도록 하고 감염 가능성이 큰 수의사에 대한 관리까지 하는 선진국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윤호식 (양계 수의사): "현장의 농가와 밀접하게 관계돼 있는수의사들이 빠져있기 때문에 한 단계 늦어지는, 정보라든지 일처리 능력이라든지 미진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연구 체계도 차이가 현격합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조차 조류 인플루엔자 연구원은 단 3명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독립된 전문연구기관을 갖췄을 뿐 아니라, 이미 10년 전부터 시베리아 현지까지 인력을 파견해 철새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AI 와 같은 국가 재난형 질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진단 부분에 있어서의 종합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부서가 아직은 미흡한 상태로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는 질병이 발생하고 난 뒤에 차량 통제나 가축 매몰 등 사후처리에 급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뒤를 쫓아가는 방역에만 힘쓸 게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에 기반한 평시 대응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가축과 사람 모두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다 워낙 변이를 잘 일으키는 만큼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선중 (서울대 수의과학대학 교수): "변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하고 조사를 할 수 있는 그런 기구는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이와 함께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발병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해서 후진국의 방역에 참여하는 등 협력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인터뷰>줄리오 코르테스 (유엔 식량농업기구 역학전문가): "이 질병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은 이미 감염된 나라와 더욱 협력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닌 조류 인플루엔자. 농장 위생을 책임지고 있는 농장주의 철저한 방역 의식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닭을 빽빽하게 기르는 열악한 양계환경을 개선해야만 AI의 일상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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