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물 반환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07.01.07 (10:49) 수정 2007.01.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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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희는 1년 전 이 시간에 이집트 정부의 약탈 문화재 반환 노력을 전해드렸습니다만 이집트 문화재 보유국들이 세계의 유산이라는 논리로 버티고 있어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자 이집트 정부는 문화재 반환 운동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요. 해외 반출 문화재가 많은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내용입니다. 김진우 순회특파원이 후속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집트 중부 나일강변, 중왕국 시대의 수도로 테베로 불렸던 룩소르입니다. 람세스와 투탕카멘이 살던 룩소르에 동이 트고 있습니다. 해가 뜨는 나일강 동쪽에는 람세스의 신전을, 해가 지는 나일강 서편에는 왕들의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수백 곳의 신전과 왕의 무덤, 도시 전체가 세계의 유적입니다.

<인터뷰> 모하드 (룩소르 공보처 직원) : “룩소르는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관광객들은 어느 곳에서나 신전과 유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수백 개의 스핑크스가 호위하는 거대한 룩소르 태양신전, 신전 앞에는 오벨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쌍이어야 할 오벨리스크의 다른 한 쪽은 덩그러니 받침만 남아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프랑스 파리의 중심부 콩코드 광장을 지키는 신세가 돼 있습니다. 짝 잃은 태양신전의 오벨리스크는 이산의 아픔을 안은 채 무겁게 침묵하고 있을 뿐입니다.

룩소르 태양 신전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카르낙 신전, 무려 2천년 동안 만들어지고 증축된 6헥타르에 이르는 거대한 신전입니다. 높이 102미터의 기둥 134개, 우뚝 솟은 대열주방의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최초의 이집트여왕 핫셉수트가 만든 오벨리스크, 이곳 카르낙 신전에는 모두 17개의 오벨리스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남아있는 것은 단 2개, 나머지는 이탈리아와 영국, 프랑스가 약탈해 갔습니다. 이집트 전역에 120여개 있던 오벨리스크는 약탈되거나 파괴돼 남아있는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돕니다.

<인터뷰> 아흐마드 (카르낙 신전 관리소장): "현재 이집트에는 단 5개의 오벨리스크만이 남아 있습니다.(다른 오벨리스크는 어디에 있습니까) 세계 모든 나라에 가있죠.이탈리아 이스탄불 런던 미국 등 세계 모든 나라로 넘어갔습니다."

고대 이집트어로 '방어''보호'라는 뜻으로 신전을 지키는 역할을 했던 오벨리스크는 자신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집트 문명의 상징 쿠푸왕의 피라미드. 4500년의 시간과 146미터 거대한 존재 앞에 어떤 말도 무력해 집니다. 그러나 피라미드 군데군데 보이는 도굴 흔적들, 피라미드 발굴을 시작했을 때는 피라미드의 부장품은 물론 관 안의 미이라까지 도둑맞았습니다. 이 부장품과 미이라들은 그 유출 경로도 알지 못한 채 세계 각지의 경매시장에 나오거나 박물관에 진열돼 있습니다. 해외로 밀반출된 이집트의 대표적인 문화재만 수십 만 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이집트에는 약탈한 뒤 가져갈 수 없는 피라미드와 같은 거대한 조형물만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로 유출된 유물들은 대부분이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4년 전부터 해외 문화재 반환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1972년 제네바에서 맺어진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밀반출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네스코 협약은 72년 이후에 밀반출된 문화재에만 적용돼 이미 약탈된 중요 문화재는 반환 요구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협약에 의거한 반환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자히 하와스 (최고문화재위원회 위원장) : “지금까지 돌려받은 것은 매우 적습니다. 협약에만 의존했거든요. 국가리스트를 만들어 언론매체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돌려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문화재 반환운동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집니다. 그리스는 밀리라멜키 장관이 주도가 돼 대대적인 반환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반환 운동이 포기되기도 했습니다. 한계를 느낀 이집트 정부는 반환운동의 방법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반출된 문화재 모두를 돌려달라는 원론적인 외침보다는 로제타스톤과 스핑크스의 수염,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 등 유명 문화재만 집중적으로 요구해 반환 효과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모하메드 고하임 (이집트 그랜드뮤지엄관장): "중요한 문화재는 당연히 돌아와야겠지만 다른 문화재들은 이집트의 문명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국에 있는 것도 좋습니다."

아울러 현재 이집트 내에 있는 17만점의 유물을 전시할 세계 최대 규모의 그랜드뮤지엄 박물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카이로 외곽 헬리오폴리스의 노동자들이 주로 사는 마타레야 구역, 이곳에는 이집트에 단 5개만 남은 오벨리스크 가운데 하나인 22왕조 때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오벨리스크 옆 한 구석에는 큰 돌덩어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5천년 전 고왕국 티티왕 때 세워졌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벨리스크의 잔해입니다.

<인터뷰> 와히드 사비르 (마타리아 오벨리스크 관리소장) : “여기 있는 잔해는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오벨리스크로 이 모양들은 카르투시 라는 왕 문양으로 당시 티티왕조 문양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해외에 밀반출된 문화재를 돌려받으려는 노력과 함께 이렇게 버려지고 방치된 유적들을 복원하려는 운동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힘의 논리는 정치뿐 아니라 문화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때 빼앗아간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요구에 대해 강대국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이집트 약탈 문화재 반환운동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재 약탈 피해는 우리에게도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해외로 반출된 우리나라 문화재는 모두 7만 5천여 점에 이르지만, 불과 6.5%, 4천 8백여 점만이 환수됐을 뿐입니다. 우리가 이집트 약탈 문화재
반환운동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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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유물 반환 어디까지 왔나?
    • 입력 2007-01-07 09:57:32
    • 수정2007-01-07 10:55:4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저희는 1년 전 이 시간에 이집트 정부의 약탈 문화재 반환 노력을 전해드렸습니다만 이집트 문화재 보유국들이 세계의 유산이라는 논리로 버티고 있어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자 이집트 정부는 문화재 반환 운동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요. 해외 반출 문화재가 많은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내용입니다. 김진우 순회특파원이 후속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집트 중부 나일강변, 중왕국 시대의 수도로 테베로 불렸던 룩소르입니다. 람세스와 투탕카멘이 살던 룩소르에 동이 트고 있습니다. 해가 뜨는 나일강 동쪽에는 람세스의 신전을, 해가 지는 나일강 서편에는 왕들의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수백 곳의 신전과 왕의 무덤, 도시 전체가 세계의 유적입니다. <인터뷰> 모하드 (룩소르 공보처 직원) : “룩소르는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관광객들은 어느 곳에서나 신전과 유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수백 개의 스핑크스가 호위하는 거대한 룩소르 태양신전, 신전 앞에는 오벨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쌍이어야 할 오벨리스크의 다른 한 쪽은 덩그러니 받침만 남아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프랑스 파리의 중심부 콩코드 광장을 지키는 신세가 돼 있습니다. 짝 잃은 태양신전의 오벨리스크는 이산의 아픔을 안은 채 무겁게 침묵하고 있을 뿐입니다. 룩소르 태양 신전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카르낙 신전, 무려 2천년 동안 만들어지고 증축된 6헥타르에 이르는 거대한 신전입니다. 높이 102미터의 기둥 134개, 우뚝 솟은 대열주방의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최초의 이집트여왕 핫셉수트가 만든 오벨리스크, 이곳 카르낙 신전에는 모두 17개의 오벨리스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남아있는 것은 단 2개, 나머지는 이탈리아와 영국, 프랑스가 약탈해 갔습니다. 이집트 전역에 120여개 있던 오벨리스크는 약탈되거나 파괴돼 남아있는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돕니다. <인터뷰> 아흐마드 (카르낙 신전 관리소장): "현재 이집트에는 단 5개의 오벨리스크만이 남아 있습니다.(다른 오벨리스크는 어디에 있습니까) 세계 모든 나라에 가있죠.이탈리아 이스탄불 런던 미국 등 세계 모든 나라로 넘어갔습니다." 고대 이집트어로 '방어''보호'라는 뜻으로 신전을 지키는 역할을 했던 오벨리스크는 자신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집트 문명의 상징 쿠푸왕의 피라미드. 4500년의 시간과 146미터 거대한 존재 앞에 어떤 말도 무력해 집니다. 그러나 피라미드 군데군데 보이는 도굴 흔적들, 피라미드 발굴을 시작했을 때는 피라미드의 부장품은 물론 관 안의 미이라까지 도둑맞았습니다. 이 부장품과 미이라들은 그 유출 경로도 알지 못한 채 세계 각지의 경매시장에 나오거나 박물관에 진열돼 있습니다. 해외로 밀반출된 이집트의 대표적인 문화재만 수십 만 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이집트에는 약탈한 뒤 가져갈 수 없는 피라미드와 같은 거대한 조형물만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로 유출된 유물들은 대부분이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4년 전부터 해외 문화재 반환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1972년 제네바에서 맺어진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밀반출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네스코 협약은 72년 이후에 밀반출된 문화재에만 적용돼 이미 약탈된 중요 문화재는 반환 요구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협약에 의거한 반환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자히 하와스 (최고문화재위원회 위원장) : “지금까지 돌려받은 것은 매우 적습니다. 협약에만 의존했거든요. 국가리스트를 만들어 언론매체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돌려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문화재 반환운동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집니다. 그리스는 밀리라멜키 장관이 주도가 돼 대대적인 반환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반환 운동이 포기되기도 했습니다. 한계를 느낀 이집트 정부는 반환운동의 방법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반출된 문화재 모두를 돌려달라는 원론적인 외침보다는 로제타스톤과 스핑크스의 수염,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 등 유명 문화재만 집중적으로 요구해 반환 효과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모하메드 고하임 (이집트 그랜드뮤지엄관장): "중요한 문화재는 당연히 돌아와야겠지만 다른 문화재들은 이집트의 문명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국에 있는 것도 좋습니다." 아울러 현재 이집트 내에 있는 17만점의 유물을 전시할 세계 최대 규모의 그랜드뮤지엄 박물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카이로 외곽 헬리오폴리스의 노동자들이 주로 사는 마타레야 구역, 이곳에는 이집트에 단 5개만 남은 오벨리스크 가운데 하나인 22왕조 때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오벨리스크 옆 한 구석에는 큰 돌덩어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5천년 전 고왕국 티티왕 때 세워졌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벨리스크의 잔해입니다. <인터뷰> 와히드 사비르 (마타리아 오벨리스크 관리소장) : “여기 있는 잔해는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오벨리스크로 이 모양들은 카르투시 라는 왕 문양으로 당시 티티왕조 문양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해외에 밀반출된 문화재를 돌려받으려는 노력과 함께 이렇게 버려지고 방치된 유적들을 복원하려는 운동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힘의 논리는 정치뿐 아니라 문화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때 빼앗아간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요구에 대해 강대국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이집트 약탈 문화재 반환운동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재 약탈 피해는 우리에게도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해외로 반출된 우리나라 문화재는 모두 7만 5천여 점에 이르지만, 불과 6.5%, 4천 8백여 점만이 환수됐을 뿐입니다. 우리가 이집트 약탈 문화재 반환운동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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