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대륙, 세계를 부른다

입력 2007.01.07 (10:49) 수정 2007.01.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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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특파원 현장보고는 새해를 맞아서 미지의 땅, 아프리카를 집중 조명하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한쪽에서는 기아와 질병, 내전으로 절망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석유와 다이아몬드 같은 광물자원이 쏟아져 나오면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자원과 개발 가능성을 겨냥한 세계 각 국의 각축전이 가열되면서 특히, 중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줌인 아프리카,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중국 판이 돼가고 있는 아프리카를 범기영 순회특파원이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기아와 내전, 그리고 질병으로 얼룩졌던 아프리카. 위험한 오지라는 이미지를 떨치고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를 돌아보면 대륙 전체가 공사 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북부 아프리카의 알제리... 주택 개량 사업 수준을 넘어 대단위 신도시 개발이 한창입니다.

<인터뷰> 쉐리프 하마니 (알제리 국토개발환경부 장관) : " 신도시 개발은 기회의 땅을 만드는 것입니다. 고부가 첨단기술단지로 만들어 국제 무한경쟁에 적극 대응하고자 합니다."

대도시는 물론 지방 중소 도시들에서도 개발 열기와 활력은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먼지 날리던 비포장 도로에는 차근차근 아스팔트가 깔리고 있고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낡은 주택가는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치솟은 기름값은 아프리카 나라들로서는 고도성장의 신호탄. 세계 기름 생산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고유가로 개발에 날개를 달았습니다.

그냥 버리다시피 했던 천연가스도 수출 품목에 끼워넣기 시작했고 다른 광물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알리유 파키 (나이지리아 대통령 석유특보) : "우리가 가스를 얻은 것은 사실 원유 탐사의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가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원유에서 얻는 이익만큼을 가스에서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오일머니가 대량으로 흘러들면서 경제 성장을 위한 종잣 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 간접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중국입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총연장 1300km에 이르는 낡은 철도를 현대화하는 사업을 따냈습니다.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요구를 차관을 제공해 해결해주면서 시공권은 중국 업체에 넘기는 조건을 다는 방식이었습니다.

<인터뷰> 압델하미드 테마르 (알제리 민영화투자유치부 장관) :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은 자본을 수출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아프리카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흐름은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목건축 분야에서도 중국은 아프리카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주택 200만 호 건설과 112억 달러 규모의 알제리 횡단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간접자본 공사에 중국 업체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석탄 액화시설이 있는 남아공의 공업도시 세쿤다에 산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송수관로 공사도 중국 기업이 맡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700여 개의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최북단 알제리에서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촘촘한 그물로 싹쓸이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품 시장에서는 싼 값을 무기로 중국산 소비재들이 아프리카를 뒤덮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프리카 전통의상마저 중국산입니다. 중국인들은 특유의 친화력과 적응 능력으로 현지인들 속에 섞여 들어가 있는 모습입니다. 중국인들은 지금은 차이나타운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시티, 곧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인터뷰> 차이나타운 관계자 : "중국 정부의 경제 발전 정책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97년 대우가 헐값에 넘긴 이 공장은 지금은 중국 전자 업체가 쓰고 있습니다. 단순 조립 노동자는 현지인을 고용하지만 핵심 기술 인력은 중국인을 데려와 보안을 유지해가며 일부 기술만 이전해주고 있습니다. 한국이 놓친 발판을 딛고 중국 업체는 한결 쉬운 조건에서 아프리카 시장을 열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유유하이 (하이센스 남아공법인 사장) : "중국제품은 제 3세계 개도국에서 인기입니다. 고객들의 소득이나 경제적 수준에 비추어 그들은 중국제품을 필요로 합니다. 중국제품의 질은 좋으며 가격은 적당하지요."


중국 가전 업체들은 역시 저가 전략으로 아프리카 백색 가전 시장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정근 (삼성전자 나이지리아 지사장): "특히 가격 측면에서 급격하게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위협이 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2, 3년 안에는 우리가 정말 저가 시장보다는 하이앤드, 고가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해야......"

이렇게 아프리카를 식민지 삼았던 유럽보다도 중국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는 것은 정치 외교적인 우위 탓입니다.

<인터뷰> 나이지리아 대통령 에너지특보 : "과거의 예를 보면 파트너로 온 기업들이 우리를 착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호 필요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사업을 원한다면 우리의 진정한 필요성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럽에 대해선 제국주의적 수탈에 대한 기억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비동맹 운동과 독립투쟁을 지원한 중국은 전적으로 믿고 있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정치외교적인 우위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분야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시장 진출 행태에 대해 아프리카 안팎에서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점은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합니다. 턱없이 낮은 값에 들어오는 소비재, 건설 노동자까지 데려오는 통에 크게 늘지 않는 현지 고용 등으로 인해 중국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아프리카 48개 나라 정상이 베이징에 모여 중국과 협력을 공식화하는 단계까지 이르자 국제적인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난과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프리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검은 대륙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각축전 속에 새해에도 중국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과 정치 외교적인 저변 확대를 위해 우리도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의 폭과 깊이를 달리해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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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지의 대륙, 세계를 부른다
    • 입력 2007-01-07 09:50:42
    • 수정2007-01-07 10:55:4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특파원 현장보고는 새해를 맞아서 미지의 땅, 아프리카를 집중 조명하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한쪽에서는 기아와 질병, 내전으로 절망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석유와 다이아몬드 같은 광물자원이 쏟아져 나오면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자원과 개발 가능성을 겨냥한 세계 각 국의 각축전이 가열되면서 특히, 중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줌인 아프리카,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중국 판이 돼가고 있는 아프리카를 범기영 순회특파원이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기아와 내전, 그리고 질병으로 얼룩졌던 아프리카. 위험한 오지라는 이미지를 떨치고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를 돌아보면 대륙 전체가 공사 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북부 아프리카의 알제리... 주택 개량 사업 수준을 넘어 대단위 신도시 개발이 한창입니다. <인터뷰> 쉐리프 하마니 (알제리 국토개발환경부 장관) : " 신도시 개발은 기회의 땅을 만드는 것입니다. 고부가 첨단기술단지로 만들어 국제 무한경쟁에 적극 대응하고자 합니다." 대도시는 물론 지방 중소 도시들에서도 개발 열기와 활력은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먼지 날리던 비포장 도로에는 차근차근 아스팔트가 깔리고 있고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낡은 주택가는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치솟은 기름값은 아프리카 나라들로서는 고도성장의 신호탄. 세계 기름 생산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고유가로 개발에 날개를 달았습니다. 그냥 버리다시피 했던 천연가스도 수출 품목에 끼워넣기 시작했고 다른 광물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알리유 파키 (나이지리아 대통령 석유특보) : "우리가 가스를 얻은 것은 사실 원유 탐사의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가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원유에서 얻는 이익만큼을 가스에서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오일머니가 대량으로 흘러들면서 경제 성장을 위한 종잣 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 간접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중국입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총연장 1300km에 이르는 낡은 철도를 현대화하는 사업을 따냈습니다.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요구를 차관을 제공해 해결해주면서 시공권은 중국 업체에 넘기는 조건을 다는 방식이었습니다. <인터뷰> 압델하미드 테마르 (알제리 민영화투자유치부 장관) :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은 자본을 수출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아프리카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흐름은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목건축 분야에서도 중국은 아프리카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주택 200만 호 건설과 112억 달러 규모의 알제리 횡단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간접자본 공사에 중국 업체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석탄 액화시설이 있는 남아공의 공업도시 세쿤다에 산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송수관로 공사도 중국 기업이 맡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700여 개의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최북단 알제리에서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촘촘한 그물로 싹쓸이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품 시장에서는 싼 값을 무기로 중국산 소비재들이 아프리카를 뒤덮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프리카 전통의상마저 중국산입니다. 중국인들은 특유의 친화력과 적응 능력으로 현지인들 속에 섞여 들어가 있는 모습입니다. 중국인들은 지금은 차이나타운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시티, 곧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인터뷰> 차이나타운 관계자 : "중국 정부의 경제 발전 정책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97년 대우가 헐값에 넘긴 이 공장은 지금은 중국 전자 업체가 쓰고 있습니다. 단순 조립 노동자는 현지인을 고용하지만 핵심 기술 인력은 중국인을 데려와 보안을 유지해가며 일부 기술만 이전해주고 있습니다. 한국이 놓친 발판을 딛고 중국 업체는 한결 쉬운 조건에서 아프리카 시장을 열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유유하이 (하이센스 남아공법인 사장) : "중국제품은 제 3세계 개도국에서 인기입니다. 고객들의 소득이나 경제적 수준에 비추어 그들은 중국제품을 필요로 합니다. 중국제품의 질은 좋으며 가격은 적당하지요." 중국 가전 업체들은 역시 저가 전략으로 아프리카 백색 가전 시장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정근 (삼성전자 나이지리아 지사장): "특히 가격 측면에서 급격하게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위협이 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2, 3년 안에는 우리가 정말 저가 시장보다는 하이앤드, 고가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해야......" 이렇게 아프리카를 식민지 삼았던 유럽보다도 중국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는 것은 정치 외교적인 우위 탓입니다. <인터뷰> 나이지리아 대통령 에너지특보 : "과거의 예를 보면 파트너로 온 기업들이 우리를 착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호 필요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사업을 원한다면 우리의 진정한 필요성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럽에 대해선 제국주의적 수탈에 대한 기억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비동맹 운동과 독립투쟁을 지원한 중국은 전적으로 믿고 있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정치외교적인 우위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분야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시장 진출 행태에 대해 아프리카 안팎에서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점은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합니다. 턱없이 낮은 값에 들어오는 소비재, 건설 노동자까지 데려오는 통에 크게 늘지 않는 현지 고용 등으로 인해 중국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아프리카 48개 나라 정상이 베이징에 모여 중국과 협력을 공식화하는 단계까지 이르자 국제적인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난과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프리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검은 대륙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각축전 속에 새해에도 중국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과 정치 외교적인 저변 확대를 위해 우리도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의 폭과 깊이를 달리해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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