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방독면’ 25년간 엉터리 품질검사

입력 2007.02.0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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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렇다면 이렇게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방독면이 어떻게 보급될 수 있었을까요?

지난 25년간의 품질 검사도 엉터리였습니다.

계속해서 임장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방독면 정화통을 검사하는 Q113이라는 충격 시험장비입니다.

회전통 안에는 걸림판이 장착돼있습니다. 정화통을 넣고 돌리면 걸림판이 정화통을 높이 끌어올린 뒤 떨어뜨려 충격을 줍니다. 전쟁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어떤 충격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국방 규격은 정화통 검사시 'Q113 또는 이에 준하는 기기'를 쓰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군 당국이 방독면을 개발한 지난 82년부터 써온 이 장비는 Q113과는 생김새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높이가 1m20cm에 이르는 Q113 장비와는 달리, 40센티미터 높이에 불과한데다 재질도 나무입니다.

정화통에 주는 충격 강도가 Q113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군 당국은 지난 99년에서야 국방 규격에 있는 Q113으로 검사장비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걸림판'이 없는 상태로 Q113 장비를 운영해 엉터리 검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방독면 성능 검사 담당자: “저도 (걸림판이 없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 장비는 99년에 3개 기관에서 승인한 장비였기 때문에 그걸 계속 표준장비로 사용해왔습니다.”

걸림판을 떼어낸 Q113으로 정화통을 돌려보니, 밑에서 구르기만 할 뿐 낙하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국방 규격대로 걸림판이 있는 장비로 10분간 돌린 뒤 외관을 비교해보니, 충격 강도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이런 충격의 차이는 성능검사 결과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정상 장비를 이용한 검사에선 샘플 4개 중 3개가 불합격한 반면, 걸림판이 없는 장비를 이용한 검사에선 4개 모두 합격했습니다.

지난 25년간 잘못된 검사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치명적 결점을 보유한 정화통을 합격시켜준 셈입니다.

<녹취> 군 방독면 관계자: “아주 답답하더라고요. (장비를 승인해준) 당시에 있었던 사람이 (지금) 있으면 왜 그렇게 했냐고 속 시원히 대답이라도 해줄 텐데, 그런 것도 아니고...”

잘못된 장비로 성능검사를 해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우리 군과 경찰, 민방위대가 보유한 방독면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사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임장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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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 방독면’ 25년간 엉터리 품질검사
    • 입력 2007-02-06 20:58:20
    뉴스 9
<앵커 멘트> 그렇다면 이렇게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방독면이 어떻게 보급될 수 있었을까요? 지난 25년간의 품질 검사도 엉터리였습니다. 계속해서 임장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방독면 정화통을 검사하는 Q113이라는 충격 시험장비입니다. 회전통 안에는 걸림판이 장착돼있습니다. 정화통을 넣고 돌리면 걸림판이 정화통을 높이 끌어올린 뒤 떨어뜨려 충격을 줍니다. 전쟁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어떤 충격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국방 규격은 정화통 검사시 'Q113 또는 이에 준하는 기기'를 쓰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군 당국이 방독면을 개발한 지난 82년부터 써온 이 장비는 Q113과는 생김새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높이가 1m20cm에 이르는 Q113 장비와는 달리, 40센티미터 높이에 불과한데다 재질도 나무입니다. 정화통에 주는 충격 강도가 Q113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군 당국은 지난 99년에서야 국방 규격에 있는 Q113으로 검사장비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걸림판'이 없는 상태로 Q113 장비를 운영해 엉터리 검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방독면 성능 검사 담당자: “저도 (걸림판이 없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 장비는 99년에 3개 기관에서 승인한 장비였기 때문에 그걸 계속 표준장비로 사용해왔습니다.” 걸림판을 떼어낸 Q113으로 정화통을 돌려보니, 밑에서 구르기만 할 뿐 낙하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국방 규격대로 걸림판이 있는 장비로 10분간 돌린 뒤 외관을 비교해보니, 충격 강도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이런 충격의 차이는 성능검사 결과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정상 장비를 이용한 검사에선 샘플 4개 중 3개가 불합격한 반면, 걸림판이 없는 장비를 이용한 검사에선 4개 모두 합격했습니다. 지난 25년간 잘못된 검사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치명적 결점을 보유한 정화통을 합격시켜준 셈입니다. <녹취> 군 방독면 관계자: “아주 답답하더라고요. (장비를 승인해준) 당시에 있었던 사람이 (지금) 있으면 왜 그렇게 했냐고 속 시원히 대답이라도 해줄 텐데, 그런 것도 아니고...” 잘못된 장비로 성능검사를 해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우리 군과 경찰, 민방위대가 보유한 방독면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사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임장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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