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배울 곳 없는 탈북 청소년

입력 2007.02.07 (09:17) 수정 2007.02.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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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탈북자 만 명시대, 이제는 우리 이웃이 된 이들에게 우리의 관심과 지원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오늘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전혀 다른 환경에 맞닥뜨린 탈북자들의 충격과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을텐데요..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은 두말 할 나위 없습니다. 홍성철 기자.. 탈북 청소년이 천 3백명 정도 라던데, 이 가운데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얼마나 됩니까?

<리포트>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은 522명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일반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한채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대다수의 탈븍 청소년은 대안학교를 찾지만 워낙 그 수가 턱없이 모자라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형펀입니다. 꿈을 잃지 않는 새터민 청소년들의 적응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남양주시의 한 주민자치센터. 지하 1층 20평 규모의 회의실은 이삿짐 정리가 한창입니다. 바로, 이곳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꿈학교?의 강의실입니다. 개인과 단체의 후원으로 근근이 유지해오던 한꿈학교는 얼마전 폐교 위기에 처했는데요. 남양주시의 도움으로 일단, 페교 위기는 면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인터뷰>김성원 (한꿈학교 교장): "택지개발 지역에 포함된 곳이기 때문에 아마 빠르면 올해말 아니면 내년 초에는 여기도 철거될 예정이어서 저희가 또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

'한꿈학교'의 학생 수는 17명. 대다수는 집과 가족이 없는 무연고 청소년들로 검정고시를 준비중인데요.이들은 몇몇씩 짝을 이뤄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올해 20살인 순희는 마땅한 일반 학교를 찾지 못하다, 친구의 소개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요즘 순희의 고민은 영어공부인데요

<인터뷰>이순희 (가명/20살):"영어도 너무 많이 부족한데 그걸 어떻게 보충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 (수업) 시간이 다른 일반 학교 보다 (부족하니까) 그런 면에서 더 많은 선생님들이 와서 저희를 가르쳐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처럼 탈북 청소년에게 가장 큰 고민은 학력 부진입니다. 올해 18살의 양희는 서울의 한 일반중학교 2학년에 편입해 졸업까지 했지만 다른 학생들과의 현격한 학력 차이로 일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인터뷰>김양희 (가명/18살):"학원도 여러차례 다녔고요. 집에서 인터넷 강의도 많이 듣고 그랬는데요. 수업받을 때, 어려운 과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때문에..."

일반학교에서 자신 보다 어린 남한 친구들과 적응하는 것도 양희에게는 또다른 고통이었는데요.

<인터뷰>김양희 (가명/18살):"왕따 안 당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친구들이 날 어렵게 생각하면 (어쩌나...) 좀 어렵다, 많이 고민했었어요. "

다행히, 다른 탈북 청소년들 보다 남한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는 양희. 그뒤에는 남모를 노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인터뷰>김양희 (가명/18살) :"인터넷 뉴스 보고 요즘 애들도 연예인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인터넷 뉴스같은 거 찾아가지고 연예인에 대해서도 좀 알면... "

그나마 수도권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지방에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교육 기관을 찾기 힘듭니다. 전국의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은 15곳 정도. 부산과 충남을 제외한 다른 지방에는 아예 없습니다.

지방에서 일반 고등학교에 다녔던 미숙이는 학력 부진으로 1년도 안돼 학교를 그만두었는데요.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던 미숙이는 인근에서 대안학교를 찾을 수 없어 서울까지 오게 됐습니다.

<인터뷰>박미숙 (가명/19살):"우선은 설명하는 걸 이해를 못하고 알아도 못듣고 하니까 그게 정말 힘들어요. 지방에는 대안학교가 없어요. 근데 그때는 지방에 대안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못했고요. "

현재,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미숙이는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지내며 의지하고 있었는데요. 때로는 자신들끼리의 생활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인터뷰>박미숙 (가명/19):"같이 다니니까 기뻐요. 그런데 저희들끼리만 같이 있으니까요. 한국 친구들과 같이 적응할 때 좀 힘들 것 같아요. "

유행에 민감한 미숙이는 춤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습니다. 직접 배우고 싶지만 한 달 식대, 15만원도 부담스러운 미숙이에게는 그림의 떡일뿐입니다.

<인터뷰>박미숙 (가명/19살): "대안학교도 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춤 좋아하니까 지금 춤을 배우려고 해도 되게 비싸잖아요. 그러니까 싸게 (배울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이처럼 열악한 교육 환경속에 탈북 청소년들의 취학률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현저히 떨어집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10명 가운데 1명만이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이향규 (무지개청소년센터 부소장): "학교에서 친구도 못 사귀고 공부도 잘 못하고 이렇게 되면 학교가기가 싫어지게 되죠. 그러면 학교를 나오게 되는 취학률이 대단히 낮은 이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혁이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에서 2년만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올해 고려대학교에 합격했는데요. 끊임 없는 노력을 통해 이룬 특별한 사례입니다. 고통이 컸던 만큼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가 큰데요

<인터뷰> 김정혁 (가명/22살) :"북한을 떠나온 이후로 학교 생활을 거의 못해봤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정정당당한 대학생이 된 것이기 때문에 많은 추억도 남기고, 활발하게 같이 어울려서 생활하는게 어떤 문제도 없이 잘 하는 것이 제 목표고요."

대학 등록금은 정부에서 지원되지만 당장, 기숙사비와 책값을 걱정해야 하는 정혁이. 하지만 걱정 보다 기대가 앞서는데요. 지금껏 힘이 되어주었던 주변 사람의 관심과 격려는 앞으로도 정혁이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 김정혁 (가명/22살) :"누군가가 믿고 계속 관심을 가지면 전화도 오고, '너 그러면 안 된다. 공부해서 네 꿈을 이뤄야 되지 않겠냐' 이런 말을 계속 해줘서 제가 지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국내 탈북 청소년은 1300명. 이중 절반 이상이 학업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낮은 취학률은 곧 낮은 취업률로 연결되고, 결국 사회에 부적응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체계가 신속히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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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7-02-07 10: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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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탈북자 만 명시대, 이제는 우리 이웃이 된 이들에게 우리의 관심과 지원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오늘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전혀 다른 환경에 맞닥뜨린 탈북자들의 충격과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을텐데요..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은 두말 할 나위 없습니다. 홍성철 기자.. 탈북 청소년이 천 3백명 정도 라던데, 이 가운데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얼마나 됩니까? <리포트>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은 522명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일반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한채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대다수의 탈븍 청소년은 대안학교를 찾지만 워낙 그 수가 턱없이 모자라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형펀입니다. 꿈을 잃지 않는 새터민 청소년들의 적응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남양주시의 한 주민자치센터. 지하 1층 20평 규모의 회의실은 이삿짐 정리가 한창입니다. 바로, 이곳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꿈학교?의 강의실입니다. 개인과 단체의 후원으로 근근이 유지해오던 한꿈학교는 얼마전 폐교 위기에 처했는데요. 남양주시의 도움으로 일단, 페교 위기는 면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인터뷰>김성원 (한꿈학교 교장): "택지개발 지역에 포함된 곳이기 때문에 아마 빠르면 올해말 아니면 내년 초에는 여기도 철거될 예정이어서 저희가 또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 '한꿈학교'의 학생 수는 17명. 대다수는 집과 가족이 없는 무연고 청소년들로 검정고시를 준비중인데요.이들은 몇몇씩 짝을 이뤄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올해 20살인 순희는 마땅한 일반 학교를 찾지 못하다, 친구의 소개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요즘 순희의 고민은 영어공부인데요 <인터뷰>이순희 (가명/20살):"영어도 너무 많이 부족한데 그걸 어떻게 보충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 (수업) 시간이 다른 일반 학교 보다 (부족하니까) 그런 면에서 더 많은 선생님들이 와서 저희를 가르쳐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처럼 탈북 청소년에게 가장 큰 고민은 학력 부진입니다. 올해 18살의 양희는 서울의 한 일반중학교 2학년에 편입해 졸업까지 했지만 다른 학생들과의 현격한 학력 차이로 일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인터뷰>김양희 (가명/18살):"학원도 여러차례 다녔고요. 집에서 인터넷 강의도 많이 듣고 그랬는데요. 수업받을 때, 어려운 과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때문에..." 일반학교에서 자신 보다 어린 남한 친구들과 적응하는 것도 양희에게는 또다른 고통이었는데요. <인터뷰>김양희 (가명/18살):"왕따 안 당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친구들이 날 어렵게 생각하면 (어쩌나...) 좀 어렵다, 많이 고민했었어요. " 다행히, 다른 탈북 청소년들 보다 남한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는 양희. 그뒤에는 남모를 노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인터뷰>김양희 (가명/18살) :"인터넷 뉴스 보고 요즘 애들도 연예인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인터넷 뉴스같은 거 찾아가지고 연예인에 대해서도 좀 알면... " 그나마 수도권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지방에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교육 기관을 찾기 힘듭니다. 전국의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은 15곳 정도. 부산과 충남을 제외한 다른 지방에는 아예 없습니다. 지방에서 일반 고등학교에 다녔던 미숙이는 학력 부진으로 1년도 안돼 학교를 그만두었는데요.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던 미숙이는 인근에서 대안학교를 찾을 수 없어 서울까지 오게 됐습니다. <인터뷰>박미숙 (가명/19살):"우선은 설명하는 걸 이해를 못하고 알아도 못듣고 하니까 그게 정말 힘들어요. 지방에는 대안학교가 없어요. 근데 그때는 지방에 대안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못했고요. " 현재,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미숙이는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지내며 의지하고 있었는데요. 때로는 자신들끼리의 생활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인터뷰>박미숙 (가명/19):"같이 다니니까 기뻐요. 그런데 저희들끼리만 같이 있으니까요. 한국 친구들과 같이 적응할 때 좀 힘들 것 같아요. " 유행에 민감한 미숙이는 춤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습니다. 직접 배우고 싶지만 한 달 식대, 15만원도 부담스러운 미숙이에게는 그림의 떡일뿐입니다. <인터뷰>박미숙 (가명/19살): "대안학교도 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춤 좋아하니까 지금 춤을 배우려고 해도 되게 비싸잖아요. 그러니까 싸게 (배울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이처럼 열악한 교육 환경속에 탈북 청소년들의 취학률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현저히 떨어집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10명 가운데 1명만이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이향규 (무지개청소년센터 부소장): "학교에서 친구도 못 사귀고 공부도 잘 못하고 이렇게 되면 학교가기가 싫어지게 되죠. 그러면 학교를 나오게 되는 취학률이 대단히 낮은 이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혁이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에서 2년만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올해 고려대학교에 합격했는데요. 끊임 없는 노력을 통해 이룬 특별한 사례입니다. 고통이 컸던 만큼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가 큰데요 <인터뷰> 김정혁 (가명/22살) :"북한을 떠나온 이후로 학교 생활을 거의 못해봤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정정당당한 대학생이 된 것이기 때문에 많은 추억도 남기고, 활발하게 같이 어울려서 생활하는게 어떤 문제도 없이 잘 하는 것이 제 목표고요." 대학 등록금은 정부에서 지원되지만 당장, 기숙사비와 책값을 걱정해야 하는 정혁이. 하지만 걱정 보다 기대가 앞서는데요. 지금껏 힘이 되어주었던 주변 사람의 관심과 격려는 앞으로도 정혁이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 김정혁 (가명/22살) :"누군가가 믿고 계속 관심을 가지면 전화도 오고, '너 그러면 안 된다. 공부해서 네 꿈을 이뤄야 되지 않겠냐' 이런 말을 계속 해줘서 제가 지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국내 탈북 청소년은 1300명. 이중 절반 이상이 학업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낮은 취학률은 곧 낮은 취업률로 연결되고, 결국 사회에 부적응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체계가 신속히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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