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못 보는 ‘증시 보고’

입력 2007.02.09 (22: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우리 주식시장에는 시황과 기업을 분석한 수백건의 보고서가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정작 믿을만한 것은 얼마나 될까요?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수많은 엉터리 보고서 때문에 피해를 보는 쪽은 결국 선량한 일반 투자자일 것입니다.

최문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국내 10대 증권사가 내놓은 1월 증시 전망 보고서입니다.

연초 랠리 이어질 전망, 지난해 고점을 넘을 것, 1월 효과 부각 등 표현과 강도만 다를 뿐 모두 1월에 주가가 오를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 일색입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코스피 지수는 70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장밋빛 전망을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녹취> 손ㅇㅇ(개인 투자자): "적금에 있는 돈을 빼서 주식으로 돌린 건데, 떨어지고 나면 정말 살 맛을 잃죠."

하지만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녹취> 증권사 시장 전망 담당: "증권사에서 이야기할 때는 연간 전망을 이야기하죠. 1월 달에. 연간 전망이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을 1월 달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조금 있어요."

기업 가치를 분석한 보고서도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거래소 상장업체인 아이브릿지, 지난해 7월과 8월 긍정적인 보고서가 잇달아 나왔지만, 불과 석 달 만에 1차 부도가 났습니다.

올 초 70만 원을 넘을 것이라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금 채 60만 원도 되지 않습니다.

<녹취> 증권사 펀드 운용 담당자: "세일즈를 잘 하려면 광고처럼 거품이 들어가게 되고, 예쁘게 포장하려고 하고, 사람을 현혹하는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죠."

분석 담당자의 자질 부족, 그리고 주식을 팔라는 의견을 낼 때 각오해야 할 해당 기업과 투자자의 항의도 엉터리 보고서를 낳는 한 요인입니다.

실제로 최근 석 달 동안 나온 기업 보고서 3천9백여 건 가운데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단 7건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노희진(증권연구원 연구위원): "자격증 시험제도를 고려해봐야 하고, 동시에 시장에서의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의 평판이 확립되고, 이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확실히 뒤따라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증시의 크기는 이미 세계 상위권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믿기 어려운 보고서들은 우리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도약하는 것을 막는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문종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한 치 앞도 못 보는 ‘증시 보고’
    • 입력 2007-02-09 21:24:31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 주식시장에는 시황과 기업을 분석한 수백건의 보고서가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정작 믿을만한 것은 얼마나 될까요?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수많은 엉터리 보고서 때문에 피해를 보는 쪽은 결국 선량한 일반 투자자일 것입니다. 최문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국내 10대 증권사가 내놓은 1월 증시 전망 보고서입니다. 연초 랠리 이어질 전망, 지난해 고점을 넘을 것, 1월 효과 부각 등 표현과 강도만 다를 뿐 모두 1월에 주가가 오를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 일색입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코스피 지수는 70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장밋빛 전망을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녹취> 손ㅇㅇ(개인 투자자): "적금에 있는 돈을 빼서 주식으로 돌린 건데, 떨어지고 나면 정말 살 맛을 잃죠." 하지만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녹취> 증권사 시장 전망 담당: "증권사에서 이야기할 때는 연간 전망을 이야기하죠. 1월 달에. 연간 전망이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을 1월 달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조금 있어요." 기업 가치를 분석한 보고서도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거래소 상장업체인 아이브릿지, 지난해 7월과 8월 긍정적인 보고서가 잇달아 나왔지만, 불과 석 달 만에 1차 부도가 났습니다. 올 초 70만 원을 넘을 것이라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금 채 60만 원도 되지 않습니다. <녹취> 증권사 펀드 운용 담당자: "세일즈를 잘 하려면 광고처럼 거품이 들어가게 되고, 예쁘게 포장하려고 하고, 사람을 현혹하는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죠." 분석 담당자의 자질 부족, 그리고 주식을 팔라는 의견을 낼 때 각오해야 할 해당 기업과 투자자의 항의도 엉터리 보고서를 낳는 한 요인입니다. 실제로 최근 석 달 동안 나온 기업 보고서 3천9백여 건 가운데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단 7건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노희진(증권연구원 연구위원): "자격증 시험제도를 고려해봐야 하고, 동시에 시장에서의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의 평판이 확립되고, 이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확실히 뒤따라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증시의 크기는 이미 세계 상위권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믿기 어려운 보고서들은 우리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도약하는 것을 막는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문종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