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썩어가는 보리…관리비 ‘눈덩이’

입력 2007.02.12 (22: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보리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양곡창고에 가득 쌓인 보리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관리비로만 한해 650억원이 드는 이 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수연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창고 가득 양곡 포대가 쌓여 있습니다. 수매 날짜는 지난 2002년. 5년 묵은 보리입니다.

포대 주변에는 죽은 해충들이 새까맣게 떨어져 있고, 보리는 쭉정이만 남아 제대로 무게도 나가지 않습니다.

전국의 보리 재고는 27만 7천 톤.

관리비용만 한해 650억 원씩 들어가는 데도 상품성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왕기오(부량농협 조합장): "당초 수매 때는 농가들한테 40kg 알 속으로 해서 수매를 하는데, 장기보관용으로 출고가 되면은 40kg 단량보다 훨씬 미달되게 엄청난 양이 발생돼 가지고..."

이 묵은 보리의 유일한 용도는 소주의 원료인 주정용으로 쓰는 겁니다.

하지만 주정용으로 들어가는 보리는 한해 5만 2천 톤에 불과합니다. 지금 재고만으로도 앞으로 5년을 써도 남습니다.

국산 보리가 수입 원료보다 8배 이상 비싼 실정에서 몇 년째 묵은 보리를 떠맡아온 주정업체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주정업체 관계자: "정상적인 제품이 들어오는 적이 없어요. 이게 술이 나와야 하는데, 기업이 죽어가면서 자선하는 식으로는 할 수 없는 거죠."

더구나 묵은 보리일수록 값은 오히려 더 비쌉니다.

2002년산의 경우 당초 수매대금은 1톤에 92만 원이지만 여기에 그동안의 이자와 보관료 등이 붙어 지금은 138만 원입니다.

이에 비해 2006년산 가격은 102만 원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먹는 보리는 단 1킬로그램에 불과합니다.

당장 수매대금으로 쓴 2천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보리 재고를 사료로 처리한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오경태(농림부 식량정책과장): "중장기적으로는 보리 재배 자체를 바이오 디젤용 유채라든지 사료용 총체보리로, 그런 식으로 전환하는 게 큰 구상입니다."

이 소들은 일반 사료 대신 보리를 먹습니다.

보리를 먹고 큰 소는 무게가 월등히 많이 나가는데다 몸이 튼튼하고 고기 맛이 좋아 1등급 판정 비율이 배로 높아집니다.

보리를 먹은 가축의 분뇨는 친환경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데다 한해 천만 톤 넘게 들여오는 수입 사료를 대신할 수 있어 일거양득입니다.

사료로 쓰기 위해 발효중인 총체보립니다. 이렇게 총체보리를 쓰면 수입 건초에 비해 비용이 10% 이상 적게 듭니다.

완전히 여물기 전에 줄기째 베어낸 총체보리는 생산비가 적게 드는 데다, 소비처가 확실하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인터뷰> 서성(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 조사료자원과장):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한우, 젖소 등에게 먹이면 경쟁이 될 작물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축산에 대한 수요는 가능하다는 거죠.

문제는 소득입니다. 사료용 보리는 소득이 일반 보리의 60%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환(前 농촌경제연구원장): "축산 농가가 보리 재배 농가의 수익성을 맞춰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보리재배 농가에 보조금을 줘서 부족한 채산성을 맞춰주는 것이 필요할 겁니다."

정부는 10년 안에 사료용 보리 재배 면적을 현재의 10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정부 수매라는 가장 확실한 소득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료용 보리를 심을지는 미지수입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취재] 썩어가는 보리…관리비 ‘눈덩이’
    • 입력 2007-02-12 21:27:43
    뉴스 9
<앵커 멘트> 보리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양곡창고에 가득 쌓인 보리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관리비로만 한해 650억원이 드는 이 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수연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창고 가득 양곡 포대가 쌓여 있습니다. 수매 날짜는 지난 2002년. 5년 묵은 보리입니다. 포대 주변에는 죽은 해충들이 새까맣게 떨어져 있고, 보리는 쭉정이만 남아 제대로 무게도 나가지 않습니다. 전국의 보리 재고는 27만 7천 톤. 관리비용만 한해 650억 원씩 들어가는 데도 상품성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왕기오(부량농협 조합장): "당초 수매 때는 농가들한테 40kg 알 속으로 해서 수매를 하는데, 장기보관용으로 출고가 되면은 40kg 단량보다 훨씬 미달되게 엄청난 양이 발생돼 가지고..." 이 묵은 보리의 유일한 용도는 소주의 원료인 주정용으로 쓰는 겁니다. 하지만 주정용으로 들어가는 보리는 한해 5만 2천 톤에 불과합니다. 지금 재고만으로도 앞으로 5년을 써도 남습니다. 국산 보리가 수입 원료보다 8배 이상 비싼 실정에서 몇 년째 묵은 보리를 떠맡아온 주정업체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주정업체 관계자: "정상적인 제품이 들어오는 적이 없어요. 이게 술이 나와야 하는데, 기업이 죽어가면서 자선하는 식으로는 할 수 없는 거죠." 더구나 묵은 보리일수록 값은 오히려 더 비쌉니다. 2002년산의 경우 당초 수매대금은 1톤에 92만 원이지만 여기에 그동안의 이자와 보관료 등이 붙어 지금은 138만 원입니다. 이에 비해 2006년산 가격은 102만 원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먹는 보리는 단 1킬로그램에 불과합니다. 당장 수매대금으로 쓴 2천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보리 재고를 사료로 처리한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오경태(농림부 식량정책과장): "중장기적으로는 보리 재배 자체를 바이오 디젤용 유채라든지 사료용 총체보리로, 그런 식으로 전환하는 게 큰 구상입니다." 이 소들은 일반 사료 대신 보리를 먹습니다. 보리를 먹고 큰 소는 무게가 월등히 많이 나가는데다 몸이 튼튼하고 고기 맛이 좋아 1등급 판정 비율이 배로 높아집니다. 보리를 먹은 가축의 분뇨는 친환경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데다 한해 천만 톤 넘게 들여오는 수입 사료를 대신할 수 있어 일거양득입니다. 사료로 쓰기 위해 발효중인 총체보립니다. 이렇게 총체보리를 쓰면 수입 건초에 비해 비용이 10% 이상 적게 듭니다. 완전히 여물기 전에 줄기째 베어낸 총체보리는 생산비가 적게 드는 데다, 소비처가 확실하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인터뷰> 서성(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 조사료자원과장):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한우, 젖소 등에게 먹이면 경쟁이 될 작물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축산에 대한 수요는 가능하다는 거죠. 문제는 소득입니다. 사료용 보리는 소득이 일반 보리의 60%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환(前 농촌경제연구원장): "축산 농가가 보리 재배 농가의 수익성을 맞춰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보리재배 농가에 보조금을 줘서 부족한 채산성을 맞춰주는 것이 필요할 겁니다." 정부는 10년 안에 사료용 보리 재배 면적을 현재의 10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정부 수매라는 가장 확실한 소득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료용 보리를 심을지는 미지수입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