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부자 사립대 법인…학교 지원은 ‘뒷전’

입력 2007.02.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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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마다 크게 오르는 대학등록금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KBS 뉴스에선 대학들의 재정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재산불리기에만 급급할뿐 학교지원에는 인색한 일부대학들의 실태를 유원중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동해안에 위치한 서울 모 사립대 법인의 땅, 모두 13만 제곱미터로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70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현지 부동산중개인 : "앞쪽 (해안가)땅은 평당 100-150만 원 정도죠. 공시지가는 안 올랐어도 땅값은 크게 올랐어요."

23년 전 구입한 이후 재산가치는 수십 배로 늘었지만 빈 땅으로 놀리다 보니 실제 수익은 없습니다.

600억 원대 재산 대부분이 토지인 이 학교법인의 2005년 재산수익은 8천만 원, 법인이 학교를 지원하지 못하다 보니 학교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이 77%나 됩니다.

<인터뷰> 대학법인 관계자(음성변조) : "시세와 안 맞고 용도가 제한돼 있어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자가 없으니까 처분을 못 하는 거죠."

수익용 재산의 90%를 토지로 보유하고 있는 이 학교법인도 9백억 원 재산으로 지난해 올린 수익이 12억 원에 불과합니다.

해당 대학이 법인으로부터 얻은 수입은 전체의 불과 1%. 이 학교는 올해 10%의 등록금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188개 사립대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2억 제곱미터, 여의도 면적의 70배나 됩니다.

토지평가액이 최상위권인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법인들 가운데 학교에 대한 재정기여도가 평균치를 밑도는 법인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임희성(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대학들이 수익용 기본재산의 토지를 대학에 투자하기 위한 재산이 아니라 법인 자산, 보유의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재정은 크게 등록금과 법인전입금, 기부금과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됩니다.

우리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율은 70%에 육박하고 있지만 대학의 법적 주인인 학교법인의 재정기여도는 5%에 불과합니다.

전국 사립대 법인이 소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은 무려 5조 원이 넘는데요. 수익률이 연간 5.7%에 불과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다 보면 수익률이 연간 0.4%에 불과한 토지를 전체 재산의 30%, 1조 5천억 원어치나 가지고 있어 전체 수익성을 크게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학민(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 "대학들이 수익이 낮은 재산을 고수익 재산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전위주만 가지고 투자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교의 발전을 등록금과 기부금, 정부지원금에만 의존하려는 우리 사립대학들의 현실.

대학의 독립과 법인의 자율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수익용 재산부터 제대로 운용하는 자구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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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부자 사립대 법인…학교 지원은 ‘뒷전’
    • 입력 2007-02-19 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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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마다 크게 오르는 대학등록금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KBS 뉴스에선 대학들의 재정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재산불리기에만 급급할뿐 학교지원에는 인색한 일부대학들의 실태를 유원중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동해안에 위치한 서울 모 사립대 법인의 땅, 모두 13만 제곱미터로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70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현지 부동산중개인 : "앞쪽 (해안가)땅은 평당 100-150만 원 정도죠. 공시지가는 안 올랐어도 땅값은 크게 올랐어요." 23년 전 구입한 이후 재산가치는 수십 배로 늘었지만 빈 땅으로 놀리다 보니 실제 수익은 없습니다. 600억 원대 재산 대부분이 토지인 이 학교법인의 2005년 재산수익은 8천만 원, 법인이 학교를 지원하지 못하다 보니 학교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이 77%나 됩니다. <인터뷰> 대학법인 관계자(음성변조) : "시세와 안 맞고 용도가 제한돼 있어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자가 없으니까 처분을 못 하는 거죠." 수익용 재산의 90%를 토지로 보유하고 있는 이 학교법인도 9백억 원 재산으로 지난해 올린 수익이 12억 원에 불과합니다. 해당 대학이 법인으로부터 얻은 수입은 전체의 불과 1%. 이 학교는 올해 10%의 등록금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188개 사립대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2억 제곱미터, 여의도 면적의 70배나 됩니다. 토지평가액이 최상위권인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법인들 가운데 학교에 대한 재정기여도가 평균치를 밑도는 법인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임희성(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대학들이 수익용 기본재산의 토지를 대학에 투자하기 위한 재산이 아니라 법인 자산, 보유의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재정은 크게 등록금과 법인전입금, 기부금과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됩니다. 우리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율은 70%에 육박하고 있지만 대학의 법적 주인인 학교법인의 재정기여도는 5%에 불과합니다. 전국 사립대 법인이 소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은 무려 5조 원이 넘는데요. 수익률이 연간 5.7%에 불과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다 보면 수익률이 연간 0.4%에 불과한 토지를 전체 재산의 30%, 1조 5천억 원어치나 가지고 있어 전체 수익성을 크게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학민(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 "대학들이 수익이 낮은 재산을 고수익 재산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전위주만 가지고 투자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교의 발전을 등록금과 기부금, 정부지원금에만 의존하려는 우리 사립대학들의 현실. 대학의 독립과 법인의 자율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수익용 재산부터 제대로 운용하는 자구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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