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 강화 건축법 ‘유명무실’

입력 2007.02.20 (22:35) 수정 2007.02.2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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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달전의 오대산 강진으로 내진 설계의 중요성이 다시한번 확인됐습니다만 현실은 어떨까요?

일부 건축사의 안전 불감증과 허술한 법규때문에 엉터리 내진설계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김명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완공된 5층 짜리 다세대 주택입니다.

현행 건축법 상 지난 2005년부터 내진 설계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건물입니다.

해당 건물의 설계를 맡은 건축사 사무소를 찾아가봤습니다.

내진 설계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자 충격적인 답변이 이어집니다.

<녹취> 건축사: (그 건물 내진 설계를 하셨나요?) "내진 설계를 안했는데요." (안해도 되는 걸로 알고 안하신 건가요?) "아직까지는 안해도 되는 걸로 아는데..."

정말 몰라서 안 한 것일까?

담당 구청 건축과. 어찌된 일인지 해당 건축사가 제출한 인허가 관련 서류에는 내진 안전 확인서 한 장이 첨부돼 있습니다.

건축사의 도장도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내진 설계를 하지 않고도 마치 한 것처럼 조작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버젓이 건축 허가를 받았습니다.

<녹취> 건축과 담당자: "건축사가 내진 설계를 했다고 도장을 찍어서 서류를 첨부하면 허가가 나가는 거죠." (내진 설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건가요?) "그렇죠. 했다고 하면 한 줄 아는거죠."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지난 2005년 7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 3층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는 지진에 대한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진 설계를 누가 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16층 이상 고층 건물에 대해서만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내진 설계를 하도록 명시돼 있을 뿐입니다.

결국 제 뒤로 보이는 3층 이상 15층 이하 건축물들은 건축구조 관련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내진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현직 건축사(14년 경력): "심하게 말하면 구조 계산도 하지 않고 구청에 내진 안전 확인서를 제출해도 무사통과되는 요식 행위가 이뤄지고 있죠."

취재가 시작되자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도 현행 건축법 체계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했습니다.

<인터뷰> 강병옥(건설교통부 건축기획팀장): "앞으로 절차와 관련해 심도있게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용역을 거쳐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오늘로 평창 지진이 발생한 지 꼭 한 달이 됐습니다.

허술한 규정과 지자체의 안일한 관리, 여기에 일부 건축사들의 안전불감증까지 맞물려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건물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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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진설계 강화 건축법 ‘유명무실’
    • 입력 2007-02-20 21:29:37
    • 수정2007-02-20 22: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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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달전의 오대산 강진으로 내진 설계의 중요성이 다시한번 확인됐습니다만 현실은 어떨까요? 일부 건축사의 안전 불감증과 허술한 법규때문에 엉터리 내진설계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김명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완공된 5층 짜리 다세대 주택입니다. 현행 건축법 상 지난 2005년부터 내진 설계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건물입니다. 해당 건물의 설계를 맡은 건축사 사무소를 찾아가봤습니다. 내진 설계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자 충격적인 답변이 이어집니다. <녹취> 건축사: (그 건물 내진 설계를 하셨나요?) "내진 설계를 안했는데요." (안해도 되는 걸로 알고 안하신 건가요?) "아직까지는 안해도 되는 걸로 아는데..." 정말 몰라서 안 한 것일까? 담당 구청 건축과. 어찌된 일인지 해당 건축사가 제출한 인허가 관련 서류에는 내진 안전 확인서 한 장이 첨부돼 있습니다. 건축사의 도장도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내진 설계를 하지 않고도 마치 한 것처럼 조작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버젓이 건축 허가를 받았습니다. <녹취> 건축과 담당자: "건축사가 내진 설계를 했다고 도장을 찍어서 서류를 첨부하면 허가가 나가는 거죠." (내진 설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건가요?) "그렇죠. 했다고 하면 한 줄 아는거죠."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지난 2005년 7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 3층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는 지진에 대한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진 설계를 누가 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16층 이상 고층 건물에 대해서만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내진 설계를 하도록 명시돼 있을 뿐입니다. 결국 제 뒤로 보이는 3층 이상 15층 이하 건축물들은 건축구조 관련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내진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현직 건축사(14년 경력): "심하게 말하면 구조 계산도 하지 않고 구청에 내진 안전 확인서를 제출해도 무사통과되는 요식 행위가 이뤄지고 있죠." 취재가 시작되자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도 현행 건축법 체계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했습니다. <인터뷰> 강병옥(건설교통부 건축기획팀장): "앞으로 절차와 관련해 심도있게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용역을 거쳐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오늘로 평창 지진이 발생한 지 꼭 한 달이 됐습니다. 허술한 규정과 지자체의 안일한 관리, 여기에 일부 건축사들의 안전불감증까지 맞물려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건물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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