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왜 거짓 진술에 목 맸나?

입력 2007.03.0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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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이유 수사때 거짓 자백 강요는 없었다는 검찰의 특별감찰 결과가 의혹을 풀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시켜 법조계 안팎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당시 검사가 왜 그렇게 무리한 수사를 하게 됐고 거짓 자백이 필요했는지는 녹취록을 다시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효용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9월, 제이유 그룹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성과는 전혀 없었던 땝니다.

이 때 검찰은 제보를 받고, 이재순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주목합니다.

주 회장이 이재순 비서관과 친분이 있는 강씨에게 돈을 벌게 해주면서 이 비서관에게 로비를 했다는, '그럴듯한' 의혹이었습니다.

그러나 증거는 거의 없었고, 법원은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합니다.

초조해진 검찰은 강 씨가 구체적으로 누군가와 공모했다는 혐의를 부각시킬 필요를 느낍니다.

그런데 정 모 당시 사장은 해외 도피 중이었고, 남은 것은 이사였던 김 씨.

김씨는 검사가 자신이 강정화 씨와 공모했다고 자백해 달라며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녹취>"제가 지금 어쩔 수 없이 공범쪽으로 들어가 줘야 하는 것은 강정화 자체가 구속하기 위해서는 그게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거 아닙니까? 검사: 그렇죠. 김씨: 그렇죠? 검사: 근데 그게 아니라면 다른 결정적인 단서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 나오잖아요."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맞는 증거를 찾으려다 보니 억지 자백이 필요했던 것.

<녹취>"이거 하나 깨끗하게 희생타 날려줘요, 진짜... 이거는... 이거 진짜 별거 아니야. 김00가 없어서는 안되는데, 김00가 같이 기소되면서 해주면 나로서는 깔끔해. 이거 될 것 같아, 공소유지가... 강정화도 잡고, 이재순도 잡고... 이재순은 뭐 형사처벌까지 가기를 바라지도 않아, 옷만 벗기면 돼."

그리고 바로 이 말 뒤에 수사의 결론은 정해져 있는데 증거가 잘 안나온다는 말이 이어집니다.

<녹취>검사:"(이재순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옷 벗길 근거는 다 돼있어. 강정화가 지금 (혐의가) 안 잡혀서 그렇지... 우리가 그랬잖아, 이재순 운 좋다고. 영장 기각돼가지고... 햐... 기분 좋을거야."

이른바 거물급 인사의 연루 의혹을 수사하면서 검찰 내외의 압박도 작용한 듯, 부담감도 드러냅니다.

<녹취>검사:"어휴... 왜 이렇게 어렵냐... 진실이 뭔지도 모르겠고, 지저분하게 여러가지로... 어떻게 빨리 하긴 해야 하는데 이거..."

검사가 실체적 진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대검의 해명과도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인터뷰>송호창(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의혹은 하나도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증폭된 것 같습니다. 검찰의 위상과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검찰은 해당 검사를 중징계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조직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효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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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 왜 거짓 진술에 목 맸나?
    • 입력 2007-03-01 21:08:34
    뉴스 9
<앵커 멘트> 제이유 수사때 거짓 자백 강요는 없었다는 검찰의 특별감찰 결과가 의혹을 풀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시켜 법조계 안팎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당시 검사가 왜 그렇게 무리한 수사를 하게 됐고 거짓 자백이 필요했는지는 녹취록을 다시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효용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9월, 제이유 그룹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성과는 전혀 없었던 땝니다. 이 때 검찰은 제보를 받고, 이재순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주목합니다. 주 회장이 이재순 비서관과 친분이 있는 강씨에게 돈을 벌게 해주면서 이 비서관에게 로비를 했다는, '그럴듯한' 의혹이었습니다. 그러나 증거는 거의 없었고, 법원은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합니다. 초조해진 검찰은 강 씨가 구체적으로 누군가와 공모했다는 혐의를 부각시킬 필요를 느낍니다. 그런데 정 모 당시 사장은 해외 도피 중이었고, 남은 것은 이사였던 김 씨. 김씨는 검사가 자신이 강정화 씨와 공모했다고 자백해 달라며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녹취>"제가 지금 어쩔 수 없이 공범쪽으로 들어가 줘야 하는 것은 강정화 자체가 구속하기 위해서는 그게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거 아닙니까? 검사: 그렇죠. 김씨: 그렇죠? 검사: 근데 그게 아니라면 다른 결정적인 단서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 나오잖아요."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맞는 증거를 찾으려다 보니 억지 자백이 필요했던 것. <녹취>"이거 하나 깨끗하게 희생타 날려줘요, 진짜... 이거는... 이거 진짜 별거 아니야. 김00가 없어서는 안되는데, 김00가 같이 기소되면서 해주면 나로서는 깔끔해. 이거 될 것 같아, 공소유지가... 강정화도 잡고, 이재순도 잡고... 이재순은 뭐 형사처벌까지 가기를 바라지도 않아, 옷만 벗기면 돼." 그리고 바로 이 말 뒤에 수사의 결론은 정해져 있는데 증거가 잘 안나온다는 말이 이어집니다. <녹취>검사:"(이재순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옷 벗길 근거는 다 돼있어. 강정화가 지금 (혐의가) 안 잡혀서 그렇지... 우리가 그랬잖아, 이재순 운 좋다고. 영장 기각돼가지고... 햐... 기분 좋을거야." 이른바 거물급 인사의 연루 의혹을 수사하면서 검찰 내외의 압박도 작용한 듯, 부담감도 드러냅니다. <녹취>검사:"어휴... 왜 이렇게 어렵냐... 진실이 뭔지도 모르겠고, 지저분하게 여러가지로... 어떻게 빨리 하긴 해야 하는데 이거..." 검사가 실체적 진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대검의 해명과도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인터뷰>송호창(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의혹은 하나도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증폭된 것 같습니다. 검찰의 위상과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검찰은 해당 검사를 중징계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조직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효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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