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잔혹동화 신드롬…이유는?

입력 2007.03.17 (21:51) 수정 2007.03.1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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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부분의 동화는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나죠.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선 “잔혹동화”가 유행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잔혹한건지 차세정 기자가 그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옛날에 인어공주 5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첫째 언니가 '막내야, 너 이제 성격을 고쳐야지?' 그 말을 들은 막내는 언니의 꼬리를 잘라 버렸습니다."

"백설 공주는 날마다 난쟁이들한테 성폭행을 당했어요. 참다 못한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를 죽였답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잔혹 동화입니다.

모두 살인과 폭력을 잔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죄의식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잔혹 동화 몇 편을 어머니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인터뷰>차옥화(학부모): "처음 봤어요. 이런 것 처음 봤고, 너무 잔인하고 소름이 끼쳐요."

<인터뷰>김순자(학부모): "잔인하죠. 너무 잔인한 거지."

그러나 10대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인터뷰>김선우(고등학생): "그냥 애들이 장난친 것 같고,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되지는 않아요."

실제로 잔혹 동화 카페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도 중학교 1학년 소녑니다.

<인터뷰>김모 양(잔혹 동화 카페 운영자): "어른들은 이런 거 왜 하냐, 인성만 망친다 이러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잘못이라고 생각해도 차라리 스트레스 쌓여서 폭발하는 것보다 이런 간접활동 통해서 푸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카페를 만든 지 두 달 만에 회원 수가 6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회원의 70%는 중학생입니다.

<인터뷰>조재일(소아정신과 전문의): "스트레스나 억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겪게 되면서 속상한 것들이 많게 되고, 그런 것들이 아이들이 잔혹 동화에 관심을 보이고..."

문제는 잔혹 동화가 그저 동화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성벽(국가청소년위원회 팀장): "폭력 매체물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들이 폭력을 행사했던 경험, 앞으로도 문제 해결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잔혹한 글을 올리거나 검색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큽니다.

<인터뷰>김모 양(잔혹 동화 카페 운영자): "뉴스를 틀었는데, 어떤 또라이가 여자 혼자 사는데 들어가서 찔러 죽였다고 하는데, 그런 게 더 잔인한 거지, 잔혹 동화는 상상이고, 현실보다는 덜 잔혹하니까."

잔혹 동화보다 현실이 더 잔혹하다는 말,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어디인지를 잘 시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차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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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잔혹동화 신드롬…이유는?
    • 입력 2007-03-17 21:05:46
    • 수정2007-03-17 21:53:11
    뉴스 9
<앵커 멘트> 대부분의 동화는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나죠.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선 “잔혹동화”가 유행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잔혹한건지 차세정 기자가 그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옛날에 인어공주 5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첫째 언니가 '막내야, 너 이제 성격을 고쳐야지?' 그 말을 들은 막내는 언니의 꼬리를 잘라 버렸습니다." "백설 공주는 날마다 난쟁이들한테 성폭행을 당했어요. 참다 못한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를 죽였답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잔혹 동화입니다. 모두 살인과 폭력을 잔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죄의식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잔혹 동화 몇 편을 어머니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인터뷰>차옥화(학부모): "처음 봤어요. 이런 것 처음 봤고, 너무 잔인하고 소름이 끼쳐요." <인터뷰>김순자(학부모): "잔인하죠. 너무 잔인한 거지." 그러나 10대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인터뷰>김선우(고등학생): "그냥 애들이 장난친 것 같고,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되지는 않아요." 실제로 잔혹 동화 카페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도 중학교 1학년 소녑니다. <인터뷰>김모 양(잔혹 동화 카페 운영자): "어른들은 이런 거 왜 하냐, 인성만 망친다 이러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잘못이라고 생각해도 차라리 스트레스 쌓여서 폭발하는 것보다 이런 간접활동 통해서 푸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카페를 만든 지 두 달 만에 회원 수가 6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회원의 70%는 중학생입니다. <인터뷰>조재일(소아정신과 전문의): "스트레스나 억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겪게 되면서 속상한 것들이 많게 되고, 그런 것들이 아이들이 잔혹 동화에 관심을 보이고..." 문제는 잔혹 동화가 그저 동화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성벽(국가청소년위원회 팀장): "폭력 매체물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들이 폭력을 행사했던 경험, 앞으로도 문제 해결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잔혹한 글을 올리거나 검색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큽니다. <인터뷰>김모 양(잔혹 동화 카페 운영자): "뉴스를 틀었는데, 어떤 또라이가 여자 혼자 사는데 들어가서 찔러 죽였다고 하는데, 그런 게 더 잔인한 거지, 잔혹 동화는 상상이고, 현실보다는 덜 잔혹하니까." 잔혹 동화보다 현실이 더 잔혹하다는 말,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어디인지를 잘 시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차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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