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부끄러운 자화상

입력 2000.11.13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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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조교제가 10대들 사이로 깊숙이 파고 들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왜 원조교제에 빠져들고 있고 실태는 어떠한지 한 고등학생이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를 통해 짚어봅니다.
박정호 기자입니다.
⊙기자: 한 고등학생이 제작한 원조교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밤 시각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잠시 뒤 10대 소녀가 나타나자 남성이 말을 건넵니다. 이렇게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자기들 문제로 다룰 정도로 원조교제는 10대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10대 청소년 가운데 어느 정도가 원조교제를 하고 있을까.
서울시내 한 여자 고등학교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인터뷰: 원조교제를 하자고 제안을 하는데 그 제안을 받아 본 학생 손들어 볼래요?
⊙기자: 50명 가운데 12명, 20% 이상이 원조교제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한 청소년 상담소에서 여고생과 여중생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6%가 원조교제 제안을 받은 일이 있고 10%는 제안을 받을 경우 만나볼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원조교제를 해 봤다고 밝힌 여학생이 놀랍게도 30여 명이나 됩니다.
원조교제의 경로는 컴퓨터 채팅, 또는 폰팅입니다.
⊙지승리(다큐멘타리 제작 학생): 채팅하면 제의가 너무너무 많이 들어와요.
귀속말 같은 걸로도 들어오고 그러면 놀라서 나가는 애들이 있는 반면에 아예 약속장소를 정해서 하는 애들도 있고요.
⊙기자: 원조교제를 하는 학생들은 교제를 하고 받는 돈이 탐이 나서라고 그 이유를 댑니다.
⊙원조교제 한 청소년: 두 시간 만나면 50만원 준다고…
⊙기자: 받은 돈은 대부분 옷이나 화장품 등 치장하는 데 쓰기 일쑤입니다.
⊙원조교제 한 청소년: 거의 옷 사요.
한 벌만 사면 다 써요.
⊙기자: 왜 이런 원조교제가 성행하는 것일까? 첫번째 이유는 어른들의 성의식입니다.
상대가 자식또래라도 괜찮다, 즐기고 보자는 이른바 타락한 쾌락주의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심영희(한양대 사회학과 교수): 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경우에 오히려 남자가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다라고 하는 거, 그런 권력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에 남자들이 좋아하고 그런 공급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기자: 두번째는 청소년들의 황금만능주의입니다.
돈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청소년들의 의식이 원조교제를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란(청소년 성문화센터 관장): 원조교제를 통해서 쉽게 돈을 벌어서 자기를 나타내려고 원조교제를 할 수도 있고요.
충동적인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소비문화가...
⊙기자: 원조교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상대한 어른은 명단이 공개되고 형사처벌까지 받습니다.
지난 7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이 강화됐고 이름은 물론 나이와 직장까지 공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원조교제는 법 이전의 문제로 타락한 성의식과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반성 없이는 사라지지 않을 우리와 우리 자녀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KBS뉴스 박정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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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부끄러운 자화상
    • 입력 2000-11-13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원조교제가 10대들 사이로 깊숙이 파고 들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왜 원조교제에 빠져들고 있고 실태는 어떠한지 한 고등학생이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를 통해 짚어봅니다. 박정호 기자입니다. ⊙기자: 한 고등학생이 제작한 원조교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밤 시각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잠시 뒤 10대 소녀가 나타나자 남성이 말을 건넵니다. 이렇게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자기들 문제로 다룰 정도로 원조교제는 10대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10대 청소년 가운데 어느 정도가 원조교제를 하고 있을까. 서울시내 한 여자 고등학교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인터뷰: 원조교제를 하자고 제안을 하는데 그 제안을 받아 본 학생 손들어 볼래요? ⊙기자: 50명 가운데 12명, 20% 이상이 원조교제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한 청소년 상담소에서 여고생과 여중생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6%가 원조교제 제안을 받은 일이 있고 10%는 제안을 받을 경우 만나볼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원조교제를 해 봤다고 밝힌 여학생이 놀랍게도 30여 명이나 됩니다. 원조교제의 경로는 컴퓨터 채팅, 또는 폰팅입니다. ⊙지승리(다큐멘타리 제작 학생): 채팅하면 제의가 너무너무 많이 들어와요. 귀속말 같은 걸로도 들어오고 그러면 놀라서 나가는 애들이 있는 반면에 아예 약속장소를 정해서 하는 애들도 있고요. ⊙기자: 원조교제를 하는 학생들은 교제를 하고 받는 돈이 탐이 나서라고 그 이유를 댑니다. ⊙원조교제 한 청소년: 두 시간 만나면 50만원 준다고… ⊙기자: 받은 돈은 대부분 옷이나 화장품 등 치장하는 데 쓰기 일쑤입니다. ⊙원조교제 한 청소년: 거의 옷 사요. 한 벌만 사면 다 써요. ⊙기자: 왜 이런 원조교제가 성행하는 것일까? 첫번째 이유는 어른들의 성의식입니다. 상대가 자식또래라도 괜찮다, 즐기고 보자는 이른바 타락한 쾌락주의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심영희(한양대 사회학과 교수): 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경우에 오히려 남자가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다라고 하는 거, 그런 권력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에 남자들이 좋아하고 그런 공급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기자: 두번째는 청소년들의 황금만능주의입니다. 돈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청소년들의 의식이 원조교제를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란(청소년 성문화센터 관장): 원조교제를 통해서 쉽게 돈을 벌어서 자기를 나타내려고 원조교제를 할 수도 있고요. 충동적인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소비문화가... ⊙기자: 원조교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상대한 어른은 명단이 공개되고 형사처벌까지 받습니다. 지난 7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이 강화됐고 이름은 물론 나이와 직장까지 공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원조교제는 법 이전의 문제로 타락한 성의식과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반성 없이는 사라지지 않을 우리와 우리 자녀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KBS뉴스 박정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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