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계층 혼합 단지’ 아직도 높은 벽

입력 2007.03.20 (22:32) 수정 2007.03.2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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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임대와 분양아파트 주민들간의 반목과 단절을 막기 위해서 서울시가 시도해온 임대,분양 혼합단지, 이른바 소셜믹스 사업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윤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조망.

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분양 아파트 주민들이 설치한 것입니다.

경제력 차이는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고, 한 번 생긴 차별의 벽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 현장입니다.

이 때문에 아예 공간을 분리할 수 없게 만들어 임대와 분양 주민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이끌자는 뜻에서 '계층 혼합 단지'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임대, 분양 동을 마구 섞고, 같은 평형에 같은 마감재를 써, 겉으로는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주를 불과 다섯 달 앞두고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분양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은 무엇보다 큰 걸림돌입니다.

<인터뷰>이형래 : "집값이 떨어지고. 애들끼리도 싸우기도 하고 그런 모양이더라구요."

<인터뷰>이도영(발산지구 입주 예정자) : "임대가 섞여 있지 말고, 임대 분양 이 정 도만 되도 괜찮겠어요. 임대 혼합이 되면 우리가 살기 불편하죠."

법이나, 제도의 뒷받침도 부족합니다.

현행법상 임대 분양 혼합 단지는 분양 아파트 관리 기준을 따르도록 돼 있어, 임대 주민들의 목소리는 무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임대 가구는 입주자 대표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어 아파트 관리비나 공동 유지비에서도 분양 가구에 비해 훨씬 불리해집니다.

서울시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인터뷰>손소연(서울시 주거복지팀) : "입주자 대표회의에 임대 주민도 들어갈 수 있도록 표준관리규약을 바꾸는 것을 건 교부와 협의 중."

공간만 제공했을 뿐 분양과 임대 주민들이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장치 마련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강병기(도시연대 대표) : "마음의 벽을 어떻게 허무느냐, 어떻게 합 의하느냐, 어떻게 타협하느냐 이것을 이 주민들에게 같이 고민하게 하는 그런 프로 그램이 필요하다고 봐요."

여러 계층이 어울려 사는 마을을 만들겠다며 시작한 '계층 혼합 단지' 사업, 미흡한 준비와 서툰 운영으로 입주하기도 전 부터 입주민들의 아픔만 키우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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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계층 혼합 단지’ 아직도 높은 벽
    • 입력 2007-03-20 21:20:56
    • 수정2007-03-20 22:38:19
    뉴스 9
<앵커 멘트> 임대와 분양아파트 주민들간의 반목과 단절을 막기 위해서 서울시가 시도해온 임대,분양 혼합단지, 이른바 소셜믹스 사업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윤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조망. 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분양 아파트 주민들이 설치한 것입니다. 경제력 차이는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고, 한 번 생긴 차별의 벽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 현장입니다. 이 때문에 아예 공간을 분리할 수 없게 만들어 임대와 분양 주민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이끌자는 뜻에서 '계층 혼합 단지'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임대, 분양 동을 마구 섞고, 같은 평형에 같은 마감재를 써, 겉으로는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주를 불과 다섯 달 앞두고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분양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은 무엇보다 큰 걸림돌입니다. <인터뷰>이형래 : "집값이 떨어지고. 애들끼리도 싸우기도 하고 그런 모양이더라구요." <인터뷰>이도영(발산지구 입주 예정자) : "임대가 섞여 있지 말고, 임대 분양 이 정 도만 되도 괜찮겠어요. 임대 혼합이 되면 우리가 살기 불편하죠." 법이나, 제도의 뒷받침도 부족합니다. 현행법상 임대 분양 혼합 단지는 분양 아파트 관리 기준을 따르도록 돼 있어, 임대 주민들의 목소리는 무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임대 가구는 입주자 대표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어 아파트 관리비나 공동 유지비에서도 분양 가구에 비해 훨씬 불리해집니다. 서울시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인터뷰>손소연(서울시 주거복지팀) : "입주자 대표회의에 임대 주민도 들어갈 수 있도록 표준관리규약을 바꾸는 것을 건 교부와 협의 중." 공간만 제공했을 뿐 분양과 임대 주민들이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장치 마련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강병기(도시연대 대표) : "마음의 벽을 어떻게 허무느냐, 어떻게 합 의하느냐, 어떻게 타협하느냐 이것을 이 주민들에게 같이 고민하게 하는 그런 프로 그램이 필요하다고 봐요." 여러 계층이 어울려 사는 마을을 만들겠다며 시작한 '계층 혼합 단지' 사업, 미흡한 준비와 서툰 운영으로 입주하기도 전 부터 입주민들의 아픔만 키우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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